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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많이 먹고 살 안찌겠다”는 내년도 예산편성지침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26일 확정한 ‘2020년 예산편성지침’은 대놓고 적극적인 재정운영이다. 재정역할론에 기반한 적극적 지출기조다. 경기가 좋지않으니 거기에 대응하기위한 돈을 퍼부어야 하고 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소득재분배를 위해서 사회복지성 지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 게다가 혁신성장을 도모하기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혁신경제 도약과 사람중심 포용국가 기반 강화라는 목표를 위해선 꼭 필요한 일들이다.

이 때문에 개획재정부는 극구 증가율이나 규모에 대해선 함구하지만 내년 예산은 500조원을 넘을 게 확실하다. 450조원 언저리로 예상되던 올해 예산도 470조원까지 늘어났다. 2011년 300조원을 넘긴 예산이 2017년 400조원으로 올라서는데 6년이 걸렸다. 그런데 이제 불과 3년만에 500조원을 넘기는 것이다. 역대 찾아보기 힘든 증가율이다. 아예 호랑이 등에 올라탄 분위기다.

문제는 이같은 재정을 감당할만한 여력이 뒷받침되느냐는 점이다. 세수 좋은시절은 이미 다 갔다는게 정설이다. 지난해엔 부동산ㆍ주식시장 등 자산시장 호조에 따라 양도소득세ㆍ증권거래세가 늘었다. 2017년 반도체 호황 등으로 법인영업이익 크게 늘어나 법인세도 증가했다. 예상보다 더 거둬들인 세금이 25조원도 넘는다. 추경이 무리없이 진행된 것도 이런 여력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온통 내리막이다. 이미 수출은 3개월 연속 하락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년에 통합재정수지(총수입 492조9000억원, 총지출 499조6000억원)를 6조600억원 적자로 예상할 정도다. 그것도 예산이 500조원을 밑돌때 얘기다.

물론 기재부가 손놓고 퍼주기만 하겠다는 건 아니다. 재정건전성을 고민하긴 했다. 새 사업을 하려면 해당부처의 재량지출을 10% 이상 구조조정하라는 등 압박항목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재량지출의 상당부분은 인건비 등 고정비다. 줄이는게 만만찮다. 한번 늘어난 세출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기재부가 더 잘 안다. 민간투자를 더 끌어오고 국유지를 활용한 수익사업도 강화하라지만 복지부동 공무원들에겐 하나마나한 얘기다.

결국 기획재정부는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돈 펑펑들여 다하면서 재정건전성도 유지하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많이 먹지만 살찌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그렇게 건강이 유지된다면 길이 후세에 남을 일이긴 하다. 하지만 가능성은 의문이다. 될 일이었다면 전직 관료들이 모여 성명서까지 발표하며 재정건전성을 우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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