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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잡는 ‘플라스틱 가드레일’ 세계로 간다
카리스, 세계 최초 특수 PVC소재 가드레일 생산
유철 대표 “철제만큼 튼튼하고 충격 흡수…사람 살려” 

세계 첫 PVC가드레일 상용화에 성공한 ㈜카리스 유철 대표가 의정부 본사에서 기자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라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가 이제 ‘종로에는 PVC가드레일을 설치하자’로 바뀌지 않을까.”

PVC소재로도 철제만큼 강한 가드레일을 생산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의정부 소재 ㈜카리스(대표 유철)인데, 세계 최초 기술이다. PVC가드레일은 또 미세먼지도 저감시켜 주목받고 있다.

카리스 유철 대표는 “미세먼지의 주범이자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NOx)을 흡착, 분해하는 광촉매가 개발된지 10년도 넘었다. 이것을 도로포장 때나 건물 벽체에 뿌리는 기법은 지금도 사용된다. 문제는 차량 바퀴가 지나가면서 벗겨지고, 비바람에 씻겨져 나간다는 것”이라고 했다.

유 대표는 10년 동안 연구개발 끝에 상용화에 들어간 PVC가드레일에 광촉매 성분을 합쳐봤다. 밀폐된 공간에서 질소산화물과 PVC가드레일을 놓아두자 48시간 뒤 공기 중 질소산화물 농도가 45%나 줄어 있었다. 이 기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영실상도 수상했다.

유 대표는 어떻게 PVC가드레일을 생산하게 됐을까. 그는 일명 ‘하이샤시’라고 불리는 창호를 생산하며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유리창을 밖에서 잡아주는 특허기술을 개발하며 제법 큰 돈을 만졌다. 그러나 곧이어 후발주자들이 뛰어들자 새로운 아이템 개발에 들어갔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가드레일.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데 가드레일이 눈에 들어왔다. 정부를 상대로 사업을 할 수 있고, ‘하이샤시’처럼 PVC로 쭉쭉 뽑아낸다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막상 제품개발에 들어갔는데, 쉽지 않았다. PVC소재를 바탕으로 철제 가드레일 만큼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유 대표는 PVC소재를 표면에 두고 내부에 갈빗대 같은 구조를 만들면서 안전성을 확보했다. PC(폴리카보네이트)와 복합소재로 가드레일을 뽑아내려 했으나 녹는점이 서로 달라 시행착오를 여러번 겪었다.

그는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화학 교과서를 펴놓고 하나하나 소재를 연구했다. 튼튼하고 유연한 소재를 만들고자 톱밥부터 왕겨, 야자수가루, 감자가루, 화학약품들까지 온갖 재료를 다 넣어봤다”고 소개했다.

그렇게 해서 개발해낸 가드레일로 유 대표는 국토교통부와 도로교통공단에서 하는 강도·안전·충돌 테스트를 모두통과했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도로연맹(IRF) 엑스포’에서 ‘혁신제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카리스의 PVC가드레일은 ‘사람을 살리는 가드레일’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최근 경기도 포천의 레이싱 경기장 ‘레이스웨이’에서 차량이 120㎞/h 속도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현장에 있던 이들은 대형사고임을 직감했지만 운전자는 멀쩡히 차량에서 걸어나왔다.

유 대표는 “철제소재는 사고가 나면 칼날처럼 차량 안으로 가드레일이 밀고 들어간다. 충격흡수도 안 된다. 이에 반해 PVC 가드레일은 유연하기 때문에 충격을 흡수한다. 레이스웨이 사고 이후 영암, 인제 등 레이싱 경기장에서 설치 문의가 오고 있다”고 했다.

철제 가드레일에 비해 가볍고 저렴해 설치가 손쉬운 점도 장점이다. 유 대표는 최근 가드레일 부속품을 생산하는 ‘오코스모스’와 함께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유 대표는 “철제 가드레일의 시대는 끝났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PVC가드레일로 국제도로연맹에서 말한 ‘게임체인저’가 되겠다”고 밝혔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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