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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는 저축, 기업은 대출’ 은행공식 깨진다
기업, 이익잉여금 예금으로
자금조달 회사채 발행 선호
가계, 주택ㆍ생활차입 급증
자금 공급처에서 수요처로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전통적으로 가계는 저축의 원천이고, 기업은 이를 차입해 투자하는 주체로 인식돼 왔지만 이같은 공식이 깨지고 있다. 가계는 빚 부담 등으로 저축 여력을 상실해가는 반면 기업들이 이익잉여금을 은행에 점점 더 많이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출 수요자였던 우량기업들은 자금조달에서 금리가 더 싼 회사채 발행 쪽을 선호하는 추세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9월 400조원을 돌파한 기업예금(말잔 기준)은 지난 1월 405조원까지 증가했다. 아직 600조원이 넘는 가계예금 보다 작지만 격차가 줄고 있다.

기업예금은 10년 전(170조7000억원, 2009년 1월)과 비교해보면 137.3%, 액수로는 234조원 넘게 늘었다. 매해 20조원 넘는 자금을 꾸준히 은행에 더 맡긴 셈이다. 삼성·현대차·SK·LG 등 자산 상위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의 현금보유액(연결기준 재무제표)은 작년말 약 250조원으로 2017년보다 28조원 가량 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기업들의 은행 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한은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중 은행권 기업대출은 전월대비 4조3000억원이 늘어난 836조1000억원이다. 1월(7조6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대기업 대출은 2000억원 감소한 157조9000억원이다. 금융감독원 집계를 봐도 2015년 180조원에 육박했던 대기업 대출은 2017년 들어 160조원으로 줄어들었다. 은행 대출 금리보다 회사채 발행 금리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주로 발행하는 3년 만기 회사채(AA-) 금리는 지난달 말 2.18%로 3%대인 은행 대출 금리보다 낮다. 경기, 실적 등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해도 대기업 회사채는 위험이 낮아 투자 수요가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집계된 지난 1~2월 회사채 순발행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약 5조7000억원)보다 2조원 가량 늘었다. 재작년과 비교하면 5조원 넘게 증가했다.


오히려 2월 중 은행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증가규모가 확대됐다. 전월대비 1조1000억원 증가했던 1월보다 2월엔 2조5000억원 증가폭이 커지면서 가계대출 잔액은 83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가 저축한 돈을 기업이 쓰는 구조에서 기업이 예금한 자금을 가계가 빌리는 쪽으로 은행의 예·대 구조가 전환되고 있는 셈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은 “저축의 주 원천은 가계였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잉여가 저축으로 쌓이고 가계는 새로운 대출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며 “최근 은행 대출금리의 상승세 또한 대기업 입장에서 은행 대출을 회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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