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우리 안의 인종차별] “엄마가 중국애랑 놀지말라 했어요…우린 그냥 놀고 싶은데”
-내국인 떠나며 외국인 중심으로 개편되는 대림동 학군
-내국인 학부모들 ‘기우’는 여전…“어른들만 색안경 벗으면 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동초등학교. 2018년 전교생 중 70%가 넘는 학생들이 다문화 가정이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저는 중국에서 왔어요!” “너 중국에서 왔어? 기자 누나, 우리 지금 놀아야돼서 바빠요. ○○아 빨리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동초등학교 하교길. 골목마다 중국어로 쓰인 간판은 중국동포 거주비율이 높은 동네 분위기를 나타냈다.

하교 시간이 지난 오후, 능숙하게 한국말을 하는 1학년 A군은 부모 모두가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 조금 낯선 말씨를 쓰는 다른 친구 B는 부모가 중국에서 왔다. 아이들끼리는 서로의 부모가 어느 지역 출신인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는 듯 했다. A군은 “엄마가 학교에 중국에서 온 친구가 많을 거라고 했는데 사실 누가 중국에서 왔는지 모른다. 그냥 다같이 논다”고 말했다. 또다른 친구 C군은 “우리 엄마는 베트남 사람인데! 한국말, 베트남말 다 할 수 있고 이제 중국어도 배운다”고 자랑하며 끼어들었다.

대동초는 중국동포 밀집지역인 대림동에 있는 대표적인 다문화 예비학교다. 2018년 기준으로 전교생 445명 가운데 318명(71.5%)이 ‘다문화’(국제결혼 및 외국인 부모) 가정이다. 부모가 중국 국적을 가진 비율은 95%일 정도로 중국동포 자녀 비율이 높다. 중국동포 302명(67.9%), 한국인 127명(28.5%), 동남아 등 기타 다문화 자녀 16명(3.6%) 등이다. 중국동포 자녀 비율이 높자 한때 전교생이 중국동포라는 과장된 소문이 나기도 했다.

대림동을 바라보는 외부의 편견은 대림동 거주 동포들을 아프게 한다. 중국동포 이모(38) 씨는 “몇년전까지만 해도 한국 학부모들이 학교에 전화도 많이 하고 중국 애들하고 같이 수업듣지 말라며 전학을 많이 보냈다”며 “어른들이 괜한 걱정을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구별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동초등학교 앞 놀이터. 오후가 되면 전학 간 친구들도 이곳으로 놀러온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대림동 인근 중학교에서 한국 학생들이 대거 전학해 나가버리는 사태가 빚어진 것도 ‘우리 안의 차별’ 의식 때문이었다. 한국 학생들이 떠난 자리는 다문화 동포 자녀들이 메웠다. 때문에 각 학교의 외국인 학급 비율(반 편성 비율)은 지난해 27% 선에서 올해는 30%로 높아졌다.

대림동 인근 중학교는 다문화 예비학교도 운영한다. 다문화 예비학교는 다문화학생 중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학생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이해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교육과정이다. 중도입국자녀, 외국인가정 자녀, 난민가정 자녀가 우선 선정된다. 대림동 인근 학교들은 중국인 밀집 지역 상황을 충분히 활용해 중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어를 습득해 자신의 특기로 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림중학교는 기존에 3학년만 배우던 중국어를 1학년때부터 배우도록 바꿨다.

전문가들은 한국인과 중국동포 간의 어울림을 강조했다. ‘대림동 구획화’가 지나치다는 우려의 시선이다.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정 지역에 특정 국가 출신인들이 모여사는 동네가 생기는 것은 한국만 겪는 현상은 아니다. 프랑스만 봐도 북아프리카 출신자들의 거주지가 형성돼 있다”며 “그러나 해당 지역을 지나치게 구획화하고 ‘당신들끼리 여기서 살라’고 방치하면 할렘화 될 우려가 있다. 적절한 도시재생사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kace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