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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미술관 명칭 무단 사용 못한다
‘앞으로는 등록미술관만 미술관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떡하죠?’

수도권에 미술관 건물을 짓고 있는 한 예비설립자가 필자에게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애당초 미술관 등록을 하지 않고 명칭만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미술관 등록증을 받으려면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박미법)‘에 규정된 요건을 갖춰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제1종 미술관 등록 요건은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있는 미술작품을 100점 이상 소장하고, 학예사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 인력 한 명 이상을 고용해야 한다.

아울러 전시실, 학예연구실, 교육실,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수장고, 화재방지시설 등을 설치해야 한다. 대표소장품, 전시, 교육 프로그램, 연구발간물, 관람요금, 관람객 이용안내 및 시설물 이용정보를 담은 홈페이지도 개설해야 한다.

그러나 퇴직 후 미술관 경영자로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그에게 필요한 것은 법적인 자격보다 자신이 수집한 개인컬렉션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과 미술관 명칭, 수익성이 높은 부대시설이었다. 이를 실현하는데 아무런 어려움도 없었다.

지난 2016년 11월 개정된 ’박미법‘에 따라 공립미술관 등록이 의무화되었지만 사립미술관은 의무등록이나 일괄등록이 아니라서 미등록 미술관도 설립 및 운영이 자유로웠다.

그런데 그는 미술관 건물 준공을 앞둔 시점에 암초를 만났다.

지난 2월 24일 국회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의원이 미등록미술관이 미술관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하면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게 된다‘ 는 내용을 담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그는 미술관 명칭 사용을 포기하던가, 등록요건을 갖추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미술관 관계자들은 ‘무늬만 미술관’을 퇴출시키는 법안추진을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책임과 의무는 뒷전인 유사시설들이 미술관 명칭을 사용하는데 따른 폐혜는 생각보다 크다. 대표적으로 일부 상업화랑(갤러리)이나 대관료를 받고 단순히 전시공간을 빌려주는 대관화랑이 미술관 간판을 걸어놓고 영업하는 사례를 꼽을 수 있다.

비영리, 공공적 성격의 미술관과 영리, 상업적 성격의 화랑은 기능과 역할이 각각 다르다.

미술관은 미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교육하는 문화기반시설이며 화랑은 작품을 전시, 판매, 중개, 알선하는 미술시장이다. 그런데도 지금껏 화랑이나 유사시설에서 미술관 명칭을 사용해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아 미술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미술현장에 혼란을 야기했다. 법이 정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었을 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등록제는 무자격자의 진입을 막고 질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법안추진을 계기로 박미법 제17조 ②항에 따른 미술관 이용 편의를 위하여 옥외 간판, 각종 문서, 홍보물, 홈페이지 등에 등록번호를 표시하는 표시 의무화를 적극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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