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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나지 않은 ‘간통죄’ 분쟁①] “무죄로 해달라”…줄잇는 재심 청구
-관할 법원에 재심 신청해 무죄 확인 받은 사례 400여건 달해
-‘전과자’, ‘간통 결혼’ 오점 지우려 비용, 시간 지출 감수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피고인 아무개, 간통, 재판 진행중.’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형사법정 앞에는 간통 혐의 재판 상황을 알리는 게시판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형법 제241조에서 규정하던 간통죄는 2015년 2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간통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이들은 여전히 법정을 찾는다.

처벌규정이 없는데도 형사법정에서 재판이 이뤄지는 것은 이미 처벌을 받은 피고인들이 재심을 청구하기 때문이다. 형사사건은 불복할 경우 7일 이내에 상소해야 하는데, 이 기간이 지나 확정된 판결에 대한 예외적인 구제절차가 재심이다.

19일 법원 전산망 검색결과에 따르면 2015년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은 약 400여건에 이른다.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재심 사건만 35여건으로 파악됐다.

간통죄 재심 결과는 모두 ‘무죄’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무죄”라고 선고하며 “위헌결정에 따라 공소사실의 적용법조인 위 법률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고 설명한다. 형사처벌 규정에 대한 위헌결정은 소급효과가 있다. 따라서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들도 재심으로 무죄를 확인받을 수 있다. 다만 국회는 간통죄 위헌 결정으로 지나치게 많은 재심 청구가 이어질 것을 우려해 대상을 2008년 10월31일 이후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당사자들로 한정했다.

하지만 재심을 청구하는 과정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재심할 판결과 그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는 취지, 재심의 이유를 적어서 관할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재심의 대상이 되는 판결 사본도 첨부서류로 붙여 제출한다. 이렇게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사람들이 재심을 거쳐 무죄판결을 받으려는 공통적인 이유는 ’전과기록‘을 없애는 데 있다. 금고형 이상의 형사처벌 전력이 있으면 공무원 임용이 안되는 등 신분상의 불이익을 입는데, 이를 회복하려는 것이다.

좀 더 특별한 동기도 존재한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의 이현곤 변호사(새올 법률사무소)는 “간통죄 당사자들끼리 결혼하는 경우도 많다. 당시엔 혼인관계 해소가 안 돼 간통죄로 처벌받았는데 나중에 기존 배우자와 이혼하고 그 사람들끼리 결혼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고 전한다. 이 변호사는 “그분들은 결혼생활에 ‘간통’이란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을테고, 떳떳하게 무죄로 돌려놓고 싶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죄 판결을 받으면 형사소송법에서 정하는 ‘형사소송 비용보상제도’에 의해 재판에 사용된 비용을 국가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 여기엔 변호인 선임료, 교통비 등이 포함된다. 구속 피고인이 받는 ‘형사보상금’보다 폭넓은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으면 그 내용이 관보와 그 법원소재지의 신문지에 공고된다는 형사소송법 440조도 2016년에 개정됐다. 지금은 당사자가 외부에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이 공고 조항 때문에 그 전에 많은 사람들이 머뭇거렸을 텐데 법이 개정돼 심리적 장벽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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