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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엄포와 절제 사이 위험한 줄타기…김정은 “이런 기차여행 왜 해야 하느냐”
-최선희 긴급 회견 “美 기이한 협상태도 곤혹”
-“김정은ㆍ트럼프 궁합 신비할 정도로 훌륭”
-내부 주민 대상 관영매체 아닌 외신 활용 눈길

최선희(가운데) 북한 외무성 부상은 15일 평양에서 회견을 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ㆍ미사일 시험 유예를 유지할지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AP]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실망감을 표출했다며 북미 비핵화대화와 핵ㆍ탄도미사일 시험 유예를 유지할지 조만간 결정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상은 15일 평양에서 외신기자들과 북한주재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연 긴급 회견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국무위원장은 ‘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가 다시 이런 기차여행을 해야 하겠느냐’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한데 대해 깊이 실망했다고 전했다. 또 김 위원장이 “미국의 기이한 협상 태도에 곤혹스러워했다”면서 “미국은 그들 스스로 정치적 이해를 추구하느라 바빴지 결과를 내기 위한 진실한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최 부상은 지난달 28일 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전격적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김 위원장이 앞으로 북미거래에 대해 좀 의욕을 잃지 않았는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어하지 않는가 생각된다는 나름의 추론을 펼쳤다. 또 이튿날 하노이 현지에서 남측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김 위원장이 “미국의 거래 방식ㆍ거래 계산법에 대해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 부상의 이날 발언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최 부상은 먼저 김 위원장이 조만간 북한의 향후 방침과 관련해 공식성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 당국자가 최고지도자의 공식성명 발표 여부를 미리 예고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 시대의 파격성을 고려하더라도 북한 관리가 최고지도자를 거명해가며 성명을 발표할 것처럼 얘기한 것은 기존에 없던 방식”이라면서 “‘플랜B’가 어느 정도 정리됐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실장은 이어 “김 위원장의 발표 전까지 미국을 향해 움직이려면 빨리 움직이라고 촉구한 것”이라며 “영변 플러스 알파를 양보할 생각이 없으니, 미국이 낮추던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압박메시지”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곧바로 공식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최 부상을 앞세워 사전예고한 점 역시 주목되는 대목이다.

최 부상은 아울러 핵ㆍ미사일 시험 중단 재개를 시사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미 외교안보라인을 명백히 구분 짓기도 했다. 최 부상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배경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미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이 비타협적 요구를 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는 대화에 좀 더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 부상은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대미메시지가 주민들까지 대상으로 하는 관영매체가 아닌 외신 등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 역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종합하면 북한은 최 부상의 회견을 통해 핵ㆍ탄도미사일 시험 재개라는 미국을 겨냥한 엄포를 놓으면서도 대화의 여지를 남기는 등 나름 수위를 조절하는 절제를 동시에 보여준 셈이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공식성명 발표를 비롯해 북한의 추후 행보는 공을 넘겨받은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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