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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현금없는 미래’의 그늘
최근 미국의 한 시의회가 내린 결정을 놓고 현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필라델피아 시 의회는 7월부터 대부분의 소매점에 대해 현금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금 대신 카드 등 신용에 기반한 매개체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추세가 확산되는 현대 사회의 흐름에서 보면 이례적인 조치다. 핀테크산업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중국은 심지어 거지도 QR코드나 알리페이로 구걸한다는 세상이다.

이번 법안에 서명한 짐 케니 필라델피아 시장은 “필라델피아 거주자의 26%가 빈곤선 이하의 경제력으로 살아가는데 이들은 대부분 은행계좌가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계좌가 없으니 카드를 만들 수도 없고, 카드가 없으니 현금을 받지 않는 매장은 이용할 수 없는 빈곤층을 배려하기 위해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물론 모든 업종에 강제하는 것은 아니며 식음료 판매나, 의류 판매점 등이 대상이다.

필라델피아 외에도 뉴저지주가 같은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뉴욕시도 유사한 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매사추세츠주는 이 법안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필라델피아 사례’는 급속히 발전하는 디지털시대를 좇아가지 못하는 계층을 배려하겠다는 취지다.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의식주를 구매할 수 없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이번 법안통과에 대해 ‘찬성’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매업계나 무인점포업계는 이 법안이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각 업체들이 지불수단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무인결제 시스템을 가진 업체들은 매출하락의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현금만 받겠다는 식의 주장이 아닌 만큼 기업들의 우려도 납득할 만하다. 현금결제를 병행할 경우 종업원의 업무도 늘고, 더 많은 종업원이 필요해진다.

기술의 발달이 만인의 행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받는 ‘약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필라델피아 시 의회의 결정처럼 ‘발전의 그늘’을 없애거나 최소화하려는 시도 자체가 평가절하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성진 선임기자/withy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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