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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도전’과 ‘시기상조’의 데자뷰
“2년만 지나면 시장이 충분히 생길 것이다”

“소비자들이 천만원 달하는 제품을 선택할 리가 없다”

6년 전 쯤이다. 국내 대표 전자회사인 삼성과 LG가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이 첫 개화할 때다. 형광성 유기화합물을 발광 소자로 이용해 자연색을 구현하는 대형 OLED TV를 두고, 당시 세계 2위였던 LG는 “시장이 있다”고 봐지만 세계 1위였던 삼성은 “회의적”이었다.

가격 때문이었다. 당시 55인치 LCD TV의 가격이 300~400만원대였는 데 OLED TV의 경우 1000만원을 훌쩍 넘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정도로 비싼 TV를 살 사람이 과연 누가 있겠느냐는 게 삼성의 견해였다. 스마트폰의 글로벌 ‘톱 티어’로 올라서던 삼성은 대신 소형 OLED에 집중한다.

2013년 1월 LG가 세계 최초로 내놓은 OLED TV를 내놓는다. 삼성도 한발 늦은 같은해 6월 ‘OLED TV’를 선보이긴 하지만, 이후에는 크게 대형 OLED TV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대신 삼성은 UHD TV 시장 확대에 힘을 쏟는다.

이후에는 어떻게 됐을까. 현재로 보면 LG의 판정승 정도 되는 상태다. 여전히 삼성은 글로벌 TV 시장에서는 부동의 1위지만 OLED TV시장에서 만큼은 LG가 먼저 재미를 보고 있다. LG의 기대대로 2년만에 시장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OLED TV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최근들어서 시장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360만대 선인 글로벌 OLED TV 시장은 2021년에는 10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덕분에 LG의 TV사업부문의 이익은 적잖게 늘었다. OLED TV가 중가, 저가 제품들의 가격 방어 역할까지 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 지난해 LG TV 매출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였는데, 올해는 25%까지 올린다는 목표다.

반면 삼성은 OLED 대신 LCD패널에 LED백라이트 퀀텀 시트를 붙인 QLED TV로 방향을 틀었지만, “QLED는 OLED가 아니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OLED TV 시장에서 만큼은 성과를 못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의 ‘안전’보다 LG의 ‘도전’ 전략이 효과를 본 셈이다.

비슷한 논쟁이 최근 재현되고 있다. 입장은 6년전과 반대다. 삼성이 ‘도전적인’, LG가 ‘보수적인’ 상황이다.

이번 무대는 접히는 스마트 폰, 이른바 ‘폴더블 폰’이다. 삼성이 지난달 세계 최초로 ‘갤럭시 폴드’를 전격 공개하면서다. 삼성은 기술 구현이 어렵다는 안으로 접는 ‘인폴딩(In- Folding)’ 방식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자존심을 지켰다. 중국의 화웨이가 밖으로 접는 ‘애매한’ 폴더블 폰을 내놓은게 오히려 삼성을 돋보이게 만드는 촌극도 벌어졌다.

반면, LG전자는 스마트폰과 폴더블폰의 중간 단계인 탈부착 방식의 ‘듀얼스크린’을 택했다. 완전히 접히는 폰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듀얼 스크린’폰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LG의 입장은 분명하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폴더블 폰은 시기상조” 라고 못 박았다. 230만원이 넘는 초고가 가격에 아직 수율도 완벽하지 않은 ‘접는 스마트폰’의 시장이 과연 있겠느냐는 의미다.

반면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폴더블 폰은 지금이 적기다”라고 했다. 새로운 시장을 우리가 만들어보겠다는 세계 1위 삼성의 의지와 자신감이 담겨있다. 고 사장은 4인치 크기가 일반적이던 스마트폰 시장에 대화면 ‘노트’의 카테고리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대화면 스마트폰에 ‘혐오’에 가까운 거부감을 드러냈던 애플도 지금은 5~6인치를 기본모델로 택하고 있다. 삼성이 시장을 만든 것이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스마트폰 시장의 패자 삼성과 명예회복을 노리는 LG가 각자 자신들에 맞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승부가 어떻게 될지는 결국 갤럭시 폴드가 시장에 등장하는 5월부터 서서히 가려질 것이다. 창과 방패를 바꿔 쥔 두 회사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박세정 미래산업섹션 IT과학팀 기자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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