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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조나 되니…카드사들, 현대차 제시안 '수용'한 이유는
차량구매 할부금융→카드
8년새 시장 9.5조→19조원
대체재 현대카드까지 존재
가맹점수수료 협상 1R 종료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신한ㆍ삼성ㆍ롯데카드까지 현대차가 제시한 조정안을 수용하면서 40일 넘게 벌여온 가맹점수수료 인상 갈등이 일단락됐다.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배수의 진’을 칠 듯 했던 카드사들이 예상 밖으로 쉽게 현대차의 조정안을 받아들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배경을 살펴보면 카드사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신한ㆍ삼성ㆍ롯데카드는 계약해지도 불사하며 1.9% 초반대의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했지만, 결국 다른 카드사들과 마찬가지로 1.89% 수준인 현대차의 기존 제안을 수용했다.

애초 지난 1월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했을 때부터 협상에서 현대차의 우위가 예상됐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준독점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인 만큼 카드사용에 일부 제약이 있더라도 고객 이탈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미 현대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이 현대차에 백기투항 한 상황에서 인상을 요구하는 카드사들과 계약해지를 하더라도 대체 결제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카드사들이 ‘단일대오’를 유지 못하고 전열이 흐트러져 ‘각자도생’에 나선 것이 이번 협상의 패인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근본적인 배경에는 ‘어머어마’한 시장규모가 있다.
13일 한국은행의 ‘소비유형별 개인 신용카드’ 자료에 따르면 차량 구매를 위한 신용카드 결제 금액(국산자동차신품 기준)이 2010년엔 9조5000억원 수준이었는데, 작년엔 약 19조원으로 8년새 두배로 껑충 뛰었다. 자동차를 카드로 결제하면 1% 정도의 포인트를 적립해주는데 자동차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포인트 규모가 꽤 커 고객 입장에선 일종의 페이백 혜택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카드로 차를 사는 소비자들은 점점 느는 반면 캐피탈을 이용한 차량 구입 수요는 정체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캐피탈사의 신차금융자산은 지난 2014년(42조1000억원)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한 뒤 2017년과 2018년(3분기말 현재) 각각 48조원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카드사들은 현재는 현대·기아차 물량이 전체 신용판매 취급액의 2~3% 수준인데 점차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드사로서는 그만큼 요율인상 효과가 클 수 있었지만, 결국 ‘칼날 쥔’ 입장을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카드사들은 13일부터 다른 대형 가맹점들과 협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통신ㆍ유통ㆍ항공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현대차 협상에서 승기를 빼앗겨 인상안 관철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나온다. 하지만 이들 가맹점의 협상력이 현대차 만큼은 아닌만큼 카드사간 대오만 유지된다면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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