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등 주력 계열사는 분리해 독립성 강화 움직임도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LG그룹이 ‘구광모 총수 체제’ 출범 이후 첫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는다. 올해 주총의 화두는 ‘이사회 독립’ 여부가 꼽힌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이사회 독립성 보장을 위해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LG 계열사는 이런 추세에 반하는 결정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이사회의 독립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의 상장 계열사 12곳 가운데 9곳이 오는 14∼15일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주총 안건은 지난해 실적 승인, 이사 교체, 정관 변경 등의 안건 등이다.
이 가운데 LG하우시스는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사는 (이사회) 의장이 될 수 없다’는 기존의 정관 문구를 삭제하는 안건이 상정돼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최근 의견문을 통해 “이사회 의장은 최고경영자와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 안건은 대표이사의 이사회의장 선임 가능성을 열어두었기 때문에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겸임 금지’ 문구를 굳이 삭제함으로써 이사회 독립성을 저해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LG상사도 이번 주총에서 윤춘성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뒤 이후 별도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진행될 경우 현재 ‘분리 체제’에서 ‘겸임 체제’로 전환하는 셈이다.
아울러 그룹 지주사인 ㈜LG의 대표이사를 맡은 구광모 회장이 이사회 의장까지 겸하고 있는 반면 SK그룹 지주사인 SK㈜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겸임 규정을 최근 폐지했다. SK는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이 정기주총 이후 정관 변경에 따라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정관 변경을 통해 사외이사도 이사회 의장에 오를 수 있게 했다. 현재 의장은 대표이사가 아닌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이 맡고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안상희 본부장은 “최소한 총수 일가가 대표이사인 기업의 경우 오너의 사익 편취를 견제하는 차원에서라도 이사회 의장을 겸임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LG 계열사에서는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를 통한 이사회 독립성 강화 움직임도 있다.
LG전자는 현재 조성진 대표이사(부회장)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나 곧 지주사 공동 대표이사인 권영수 부회장을 새 의장으로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의 경우에도 권영수 지주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LG화학은 지난해 퇴임한 박진수 전 부회장이 의장 임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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