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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디벨로퍼 M의 아파트 분양 성공기
M은 이름 앞에 ‘흙수저 신화’ 수식어가 붙는 사업가다. 정춘보 신영 회장과 함께 국내 디벨로퍼 업계의 양대 거두로 꼽힌다. ‘조이너스’ ‘꼼빠니아’ 등 여성 의류 브랜드로 유명했던 나산그룹의 38세 최연소 임원으로 세상에 얼굴을 알렸다. 외환위기 때 쓰러진 나산을 떠나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세 명의 직원과 함께 서울 서초동의 한 칸(33㎡)짜리 원룸에서 부동산개발·마케팅업체 M社를 창업했다. 자신의 성(姓)을 딴 M社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자회사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하면서 퀀텀 점프해 창업 20여년만에 총자산 3조9천억의 부동산그룹으로 우뚝 섰다.

M社는 지난 1월말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전용 84~115㎡ 중·대형 총 730가구) 분양에 나서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분양 성적표는 그러나 M의 명성에 비하면 초라했다. 서울 300가구 이상 단지로는 1년1개월만에 ‘청약 미달’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일단 분양가가 비슷한 시점 분양한 다른 단지들과 비교해 매우 높았다. 강남권도 아닌데 전용 84㎡ 짜리 분양가가 10억~11억원대로 인근 신축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의 역대 최고 거래가 10억2500만원, ‘래미안 프리미어 팰리스’ 최고 거래가 10억원과 어깨를 견주거나 더 비쌌다. 지금 서울 주요 아파트 값이 ‘거래 빙하기’를 맞아 맥을 못추고 있는 걸 감안하면 다소 공격적인 분양가 였다. 수십년간 부동산 시장을 지켜본 M의 예리한 시각은 일반론과 달랐다. 서울에선 도심 출퇴근이 편리한 직주근접형 역세권 새 아파트의 수요는 넘치니 만큼 서울 주택시장은 곧 다시 반등하고, 고분양가 논란은 금방 사그라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조한 분양률에도 M은 그래서 담담했다. 오히려 알듯 모를 듯한 미소가 번졌다. 알고보니 그럴만도 하다. 전반적인 주택경기의 활황속에 M社가 1년반 전 이 곳 부지를 매입했던 가격에 비해 50%이상 상승했다. M사는 동아자동차운전학원 부지였던 이곳을 지난 2017년 6월 일산실업과 일산레저 등으로부터 매입했다. 용도변경과 택지조성에 비용이 좀 들긴했으나 ‘이문이 남는 장사’였다.

사업부지용 땅을 좋은 가격에 잡았고, 감정평가를 의뢰해 보니 1년반 만에 땅값이 매입가 보다 많이 올라있었다. 원가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설사 일부 물량이 미분양된다 해도 내 땅이니 급할 이유가 없었다. 레버리지(대출)를 일으켜 산 땅이 아니니 금융 비용 부담도 없었다는 것.

정부가 급등을 막기 위해 세운 이른바 ‘110%룰’ 이 시장 침체기에는 오히려 분양가를 지지해주는 역설적 기능을 한 것도 도움이 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경우 ‘사업장 인근(반경 1㎞ 이내) 아파트 평균 분양가 또는 매매가의 110% 이하’로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상승장에서는 주변 보다 10%만 올리는 게 아쉽지만 하락장에서는 시세보다 10% 더 높이는 게 혜택일 수 있다.

M에겐 또하나 믿는 구석이 있었다. 한국에는 부동산 외 금융자산만 10억원이 넘는 부자들이 최소 28만명인 것으로 추정된다지 않은가. ‘자녀 명의를 내세운 분양’은 이제 공공연한 현실이다. 실제로 잔여 물량 예비당첨자 명단을 받아 보니 20·30대 당첨 비율이 전체의 81.7%나 됐다. ‘9억 이상 아파트 대출 불가’ 라는 대못에 당장 현금자산이 적은 젊은 세대나 무주택 서민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이 대목에서 흙수저 출신 사업가인 M의 충정어린(?) 한마디. “ 분양시장을 정상화해 주택 실수요자에게 ‘주거 사다리’를 놓아주겠다는 정부의 선의가 실현되려면 ‘규제의 역설’을 주의깊게 살펴야 하지 않을까요”

문호진 소비자경제섹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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