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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조성일 대도시방재연구소장] 아찔했던 광안대교의 화물선 충돌
지난 달 28일, 6000톤급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가 부산 남구 용호항 화물부두에서 출항한 직후 정상항로를 벗어나 광안대교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10~11번 교각 사이의 교량하판에 직경 3m 정도의 큰 손상이 생기는 등 자칫 교량이 붕괴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할 뻔 했다. 선장의 음주운항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한다.

그 동안 국내에서도 세모유람선의 마포대교 충돌(1990년, 14명 사망ㆍ실종), 바지선의 진도대교 충돌(2006년, 2007년) 등의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지만, 세계적으로는 선박이나 바지선의 충돌로 교량이 붕괴되는 대형 참사가 적지 않았다.

‘미서부 교량엔지니어 세미나’의 2013년 ‘선박과 바지선의 교량충돌’ 자료에 따르면, 1960년 이후 발생한 대형(major)충돌사고만 36건에 달하고, 경미한(minor)사고도 매년 평균 250여개나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8일 오후 4시 23분께 부산항을 출항한 러시아 화물선이 부산 광안대교 하판을 들이받고 멈춰서 있다. [연합]

미국의 경우, 바지선 충돌로 버스가 추락하여 6명이 사망한 1964년의 루이지애나주 폰차트레인호 교량붕괴사고 이래 2012년 선박 충돌로 붕괴된 켄터키호의 에그너페리교 사고까지 모두 18건의 대형사고가 있었다. 그 중 썬샤인스카이교(1980년, 35명), 빅바이우카노 철교(1993년, 47명), 퀸이사벨라교(2001년, 8명), I-40교(2002년, 14명)의 충돌사고는 인명피해가 컸던 사고들이다. 호주(1975년, 타즈만교, 12명), 스웨덴(1980년, 알뫼교, 8명), 러시아(1983년, 울랴노브스크철교, 177명), 중국(2007년, 325고속도로상 교량, 8명) 등에서도 충돌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선박 충돌사고는 인명피해 외에도, 17만 갤런의 오일이 유출된 1996년 미국 포트랜드시 밀리언달러교의 유조선 충돌사고처럼 기름유출로 환경오염을 일으키기도 하고, 교량붕괴로 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도 한다.

사고 원인으로 우선 선원의 인적오류(Pilot’s Human Error)를 들 수 있는데, 부주의, 음주ㆍ피로, 몰이해, 판단력 미흡, 항해기준 위반, 바람과 조류상황 평가 오류 등이 이에 속한다. 엔진ㆍ조종간 등 기계장치의 고장(Mechanical Failure)과 폭풍우ㆍ안개로 인한 시계불량, 선박통행량의 과다, 강한 조류와 돌풍, 열악한 항해보조장치, 부적절한 항로 등 좋지 않은 환경(Adverse Environment Conditions)도 원인으로 꼽힌다.

선샤인스카이웨이 사고를 계기로 선박충돌에 대한 교량설계기준 연구가 본격화되기 시작하여, 1991년에 미국도로교통공무원협회(ASSHTO)가 관련 규정을 처음 만들었다. 선박 충돌은 통상 발생확률과 위험(risk)을 고려하여 설계하는데, 충돌에도 교량이 무너지지 않게 하거나, 펜더(fender), 인공섬 등 충돌방지시설을 설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2003년에 처음 관련규정을 만들고, 2015년에는 그 기준을 대폭 보완하여 해상교량 등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충돌방지시설 설치 사례로는 인천대교의 세계최대 규모 돌핀형 시설, 북항대교의 사석식(捨石式) 시설 등이 있다. 안타깝게도 용호항 화물부두가 불과 350m 정도에 불과함에도 광안대교에는 방호시설이 없다고 한다. 더욱이 용호부두가 강제도선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음주운항까지 가능했던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영종대교, 서해대교, 인천대교, 이순신대교 등 항로를 가로지르는 해상교량이 늘어나고, 운행하는 선박도 대형화되고 통행량도 늘어나고 있어 선박의 교량 충돌사고 발생 위험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미 건설되었거나 건설 중인 해상교량에 대해 선박충돌 예방 측면에서 대책이 적정하게 반영되어 있는지 면밀히 살펴봤으면 한다.

조성일 대도시방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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