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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송영훈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래도 북미정상회담은 성공해야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번째 만남을 앞두고 있다. 작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첫 대좌한 이후 8개월 만이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하노이로 항하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역시 하노이로 출발하면서 북미 간 정상회담을 앞둔 실무협상이 곧 개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작년 4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에는 큰 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정상이 만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회의론은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각자 얻고자 하는 것이 있기에 만나는 것이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북미 정상의 만남의 성공적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정말 무리일까.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바라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도, 러시아도, 한국 정부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략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시간에 쫓기며 북한 페이스에 말리지 않고 장기전에 대비하면서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첫 번째 만남을 가진 이후에도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와 북미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다면 이번 회담에서는 보다 가시적 성과를 도출함으로써 국내정치 환경을 바꿔야 할 이유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미국으로부터 안보위협 해소와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얻고자 한다. 남북관계 개선만으로는 얻기 어려워 보이는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서 미국과의 만남이 필요하고, 직접 미국으로부터 약속을 받고 싶을 것이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관광산업 활성화와 경제발전을 위해서 대북제재 완화는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미국과 북한이 얻고자 하는 목표와 의도는 이처럼 분명하다. 그런데 협상에서 어느 한 당사자의 이익만 충족될 수 있는가. 특히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과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는 미국이 서로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만 얻어갈 수 있을까. 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 미국과 북한은 핵심의제에 대한 입장 차이를 어느 정도까지 양보하거나 교환할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협상을 벌일 것이다.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와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실무협상에서 사전정지작업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이 결단을 내려야한다. 결과는 지켜봐야하겠지만,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경제협력을 약속하지 않을 수 없고,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합의하지 않고 대북제재 완화와 경제협력을 약속받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로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남북경협을 통해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음을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하여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 표명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물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남북경협을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다고 우리는 무엇인가를 주도적으로 할 수 없는가? 그렇지 않다.

더욱이 북한과 미국 정상이 만나기도 전에 미리부터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예단할 필요도 없다. 북미 정상은 각자 얻고자 하는 것이 있기에 만나는 것이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기에 북미 간 관계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 실현, 평화협정 체결,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도록 북미정상회담을 환영하고 기대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

송영훈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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