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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몇 살까지 일할 수 있나 … 대법원, ‘가동연한’ 21일 최종 결론
-사람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 60세
-1989년 판결 이후 30년만에 65세로 상향할 지 주목
-“평균 기대 수명 증가” vs “정년 연장 강제 부당” 의견 맞서
 

대법원 중앙홀 전경 [대법원 제공]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해 손해배상을 하는 경우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연령을 몇 살로 계산을 해야 할까. 기존 육체 ‘가동연한’을 60세까지로 본 대법원 판결이 30년 만에 바뀔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1일 오후 2시 물놀이 사고로 사망한 아이의 부모 박모 씨 등 3명이 수영장 운영업체 I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사건을 선고한다. 인천에 거주하던 박 씨는 2015년 4세였던 아들을 데리고 인근 수영장을 찾았다. 물놀이 도중 아이가 풀장에 빠졌고, 뒤늦게 사고 사실을 발견한 안전요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사망했다. 사건의 쟁점은 사망한 아동의 ‘가동연한’을 몇 살로 볼 것인지다. 가동연한은 노동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최후 연령을 뜻한다. 상해나 사망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산정의 기초가 된다.

1심 재판부는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벌어들일 수 있었던 수입이 2억8300여만 원이라고 계산했다. 성인이 된 후 21개월의 군복무를 마친 2031년 12월부터 만 60세가 되는 2071년 3월까지 일할 수 있었다고 가정했다. 도시일용노임을 기준으로 월 22일 소득활동을 했을 것이라고 보고, 그 중 3분의1을 생계비로 공제했다. 박 씨와 배우자에게는 1억1600여만 원, 아이의 누나에게는 200만 원을 배상하라고 결론냈다. 항소심 역시 예상 수입을 똑같이 산정했다.

1,2심 재판부가 사망한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일할 수 있는 연령을 60세로 계산한 것은 기존 판례 때문이다. 직업이 없는 경우 일반 육체노동자의 도시 일용 임금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정하는데, 1989년 전원합의체는 60세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다른 사건에서는 수명 연장과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노동인구 비중을 감안해 60세가 아닌 65세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하급심에서 꾸준히 이어졌다.

박 씨 측 역시 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판례가 만들어진 1989년 이후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이 10살 늘어난 82.4세로 상향됐고, 고령 노동자 생산가능인구 비중도 9.3%에서 21.2%로 올라갔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시점도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났고, 미국 65세, 독일 67세, 일본 67세 등 가동 연한이 65세 이상인 해외 사례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I사 측은 평균 기대수명은 늘었지만, 실제 일을 할 수 있는 ‘건강기대수명’은 오히려 줄었다고 반박한다. 2012년 65.7세에서 2016년 64.9세로 줄어든 통계청 산정 수치를 근거로 한다. 가동연한을 65세로 잡으면 정년 연장을 강제하게 되고, 기업과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각종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이 사안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노동법 분야에 해박한 김선수 대법관은 “1989년에 가동 연한을 60살로 인정된 후 60살 정년이 시행된 게 2017년 1월1일이다. 30년이 걸렸다”면서 “가동 연한을 65살로 연결하더라도 정년연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사건 주심인 박상옥 대법관은 “가장 좋은 건 사회안전망, 연금을 통해 열심히 사회활동을 한 뒤 노후에 미처 하지 못했던 개인적 취미나 바람직한 활동을 하고 삶을 마치는 것”이라며 “65세나 70세까지 일을 하는 게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이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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