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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新북방’으로 가는 길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2017년 6월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립됐다.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등 북방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같은 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신북방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9개의 다리를 놓을 것을 제안한다”면서 ‘9-브릿지(bridge) 전략’을 발표했다.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농업, 수산, 일자리 등 9개 분야에 대한 동시다발적 협력사업을 추진해 나가자는 것이다. 자동차ㆍ섬유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 주력산업이 성숙기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이 절실해졌다. 에너지 수요가 많고 첨단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와 풍부한 자원, 거대시장을 보유한 러시아의 경제협력은 커다란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해 우리 농림수산식품의 대 러시아 수출은 2억158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나 급증했다. 특히 감귤, 딸기, 배, 사과 등 한국산 신선과실이 러시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주스, 케첩 등 과채류 가공식품도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신선농산물은 물류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아직까지는 연해주를 중심으로 소량 유통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신북방정책이 속도를 낸다면 물류시스템이 개선돼 러시아를 비롯한 북방지역 국가들은 물론 유럽 전역에 우리 신선농산물과 가공식품 수출이 가능하게 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신북방TF팀을 개설하고 블라디보스토크에 신규지사를 설립하는 등 농식품 수출확대와 신북방지역 경제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북방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남북관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이기도 한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남쪽에선 덜 중요해진 산업이 북쪽에선 당장 필요한 산업이 될 수 있다”면서 “전력, 주택, 철도, 인공지능(AI) 등 초기단계 산업부터 첨단산업까지 남북 모두에게 두루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농업인프라 확충, 농업기술 교류 등 남북 간 농업분야 교류·협력도 필요하다. 이는 북한의 식량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식량안보 등 한반도의 장기적인 먹거리 계획 수립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하면서 동북아 지형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신북방정책과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한 일부 냉전적이고 부정적인 시각, 또는 지나치게 근시안적이고 조급한 태도는 참으로 애석하고 경계할 일이다. 지금은 구한말이나 냉전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판이 열리고 있다. 이처럼 정세 변화가 큰 시기일수록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안목과 통찰, 시의성을 놓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동북아 평화와 질서 재편’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장에서 남북관계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또한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신남방정책이 바닷길을 열어 동남아시아와의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신북방정책은 끊어진 육로를 연결해 러시아, 중국, 몽골, 중앙아시아, 그리고 멀리는 터키와 유럽까지 우리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것이다. 그 먼 길을 가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에 멈춘 냉소와 배척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용기와 도전이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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