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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을지로 화재] 유독가스 퍼져가는데…재난문자 화재발생 1시간 뒤에 보내
-검은 연기 하늘 뒤덮으며 일대 아수라장
-12시 39분 화재발생 했지만, 시민들 ‘대형화재’발생 문자 1시43분에 받아

지난 14일 오후 을지로 4가 아크릴 가게에서 화재가 발생해 8개의 점포가 불에 탔다. 화재 진압중인 소방관.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병국ㆍ성기윤 기자] 지난 14일 발생한 서울 을지로 ‘아크릴’ 건물 화재에 대한 당국의 어설픈 대응이 논란이다. 주민들의 주의를 요하는 긴급재난문자는 화재 발생 한 시간 뒤에나 보내졌으며 화재 유형 판단도 미숙해 시민들의 혼란은 가중됐다. 당국은 상황 판단 미숙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14일 오후 12시 39분 서울 을지로 4가의 한 아크릴 가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아크릴 가게에서 시작된 불길은 인근 가게로 옮겨 붙으며 총 4억5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8개의 점포에 불이 붙었는데 아크릴 가게를 포함한 점포 2개는 전소됐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날 화재로 을지로 4가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펑’하는 소리와 함께 아크릴 가게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으며 불길은 20미터 넘게 치솟앗다. 시커먼 연기는 삽시간에 하늘을 뒤덮었고 검은 연기는 인근 상가로 스며들었다. 인근 은행에 근무하는 오주평(23) 씨는 ”연기가 심해서 은행들은 출입문 사이 틈을 다 테이프로 막았다”고 했다. 정모(65) 씨는 “주변 사람들이 불을 끄려고 소화기를 들고 들어갔는데 연기가 워낙 심해 쉽게 진입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로 을지로 3가에서 4가로 이어지는 6차선 도로가 2시간 넘게 통제됐고 소방차 41대와 소방관 133명이 출동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난 14일 오후 을지로 4가 아크릴 가게에서 화재가 발생해 8개의 점포가 불에 탔다. 화재 진압중인 소방관.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화재 발생 장소는 건물들이 밀집된 지역이라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당국은 미숙한 대응으로 혼란을 키웠다. 이날 중구일대에 있던 시민들은 1시 39분에, ‘금일 12시 35분 을지로 4가역 1번 출구 인근 건물에서 대형화재가 발생, 인근 지역 주민들은 안전에 유의하시기를 바란다’는 긴급재난 문자를 받았다. 12시 43분, 소방차가 도착한지 56분 만이었다. 서울시 중구청이 보낸 것으로, 지난 2017년 긴급재난문자시스템(CBS)이 도입된 이후 대형화재로는 두번째로 발송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4일 충정로 KT 화재 당시, 대형화재로는 처음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바 있다.

문제는 주민들이 문자를 받은 시점이 초기 진화가 완료를 앞둔 시점이었다는 것. 이미 불은 다 옮겨 붙은 상황이었고 검은 연기가 일대를 덮은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초기진화는 시민들이 문자를 받은 21분 후에 완료 됐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유독가스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화재 발생 시점에 문자를 보내는 것이 맞다”며 “한 시간 뒤에 ’대형화재’를 알리는 긴급 문자를 보낸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형화재’는 재난 문자를 보내지만 이번처럼 일반화재의 경우는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는다”며 “재난 문자를 보낼때 문자 보내는 것이 적당한 것이 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와관련 “긴급재난문자를 보낼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늦어졌다”며 “문구에 ‘대형화재’를 넣은 것도 실수였다”고 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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