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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상임금 ‘신의칙 기준’…대법원, 또 ‘침묵’
2013년 제시 범위·추가 지급 기준 모호
임금지급 ‘고정성’ 요건도 구체화 필요성
오는 22일 1兆대 기아차 항소심 초미관심



대법원이 시영운수 근로자들의 통상임금청구를 제한한 게 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어떤 경우 ‘경영상 어려움’이 인정된다는 것인지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대법원은 2013년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급여는 명칭을 불문하고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지만 일선 재판부마다 다른 결론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4일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 박모 씨 등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안에서는 크게 두 가지 요건이 문제가 됐다. 시영운수 근로자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달라고 한 게 사측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요구인지, 이 경우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지다.

시영운수는 단체협약 단계에서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1,2심 재판부는 이 두가지 요건을 모두 인정하고 시영운수가 예상치 못한 7억8200여 만원의 부담을 지게 돼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경영상 어려움이 있는지를 따질 때는 매우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기준을 세운 통상임금 지급 요건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기업 재정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임금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미 근로자들이 임금협상을 한 이상, 회사 사정이 너무 어려울 경우에는 통상임금 재산정을 이유로 돌려받을 임금 차액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는 ‘신의성실의 원칙’ 이론이다.

당장 항소심 선고를 앞둔 1조원대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도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부는 오는 22일 오후 2시30분 기아차 근로자 2만7000여 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을 잡았다.

1심 재판부는 시영운수 사건과는 달리 기아차의 경우 사측이 지급부담을 이유로 주장한 ‘신의성실의 원칙’ 법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아차가 임금 추가 지급으로 인해 재정적 부담을 질 상황에 놓이는 것은 맞지만, 2008년부터 재정상태가 나쁘지 않고, 근로자들에게 이번 소송 청구금액 이상의 경영성과급을 매년 지급해온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사측이 주장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라든가 향후 전기차 투자 규모 증대 등은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신의성실 원칙 외에 통상임금 요건 중 지급 여부가 미리 확정돼 있어야 한다는 ‘고정성’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정성은 급여가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지급돼야 하는 것을 말한다. 기아차 통상임금 사건에서는 하루 단위로 지급되는 일비는 통상임금의 인정 요건인 ‘고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제외됐다.

일비의 경우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일부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비용이라고 보고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사건도 이 ‘고정성’ 요건이 쟁점인사안이다. 현대중공업은 1심에서 통상임금으로 본 명절 상여금 중 일부가 항소심에서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되면서 6000억원에 달하는 임금 지급 부담을 덜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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