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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미군 빈자리, 당신들 돈·미국산 무기로 메우시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말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미국 정가와 동맹국에서 충격과 논란에도 최근 외신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철군 시점을 4월말로 잡았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떠난다. 지난 1월말 미국 대표단은 아프간 절반을 점령 중인 무장 세력 탈레반 대표와 만나 평화협정에 합의했다. 여기엔 오는 4월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의 감축이 포함됐다.

평화협상은 예멘에서도 진행됐다. 지난해 12월초 스웨덴에서 예멘 정부와 반군 대표들이 만나 포로교환 등에 합의하고 종전을 위한 논의를 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은 예멘 내전 개입 중단 법안을 통과시켰다. 예멘 정부군의 ‘뒷배’인 사우디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일련의 사태에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대신 경제적 이익은 최대화시키는 것이다. 미국의 해외 파견 병력은 줄이고 분쟁 당사국의 경제적 부담을 늘리며 미국산 무기 수출은 확대하는 것이다.

시리아 주둔 미군 병력은 2000여명이다. 현재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뒤에는 러시아와 이란이 있고, 반군인 쿠르드족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 시리아내전에서 미국이 발을 빼면 터키는 자국 내 쿠르드족의 독립운동을 막기 위해 아사드 정권을 도와 시리아 반군세력을 공격할 수 있다. 터키는 미국산 무기의 8번째 수입국이다. 실제로 CNN방송은 미군의 시리아 철군이 터키의 35억달러 규모 미국산 패트리엇 공중ㆍ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매와 연관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터키를 중동 지역의 주요 동맹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터키는 시리아 접경 남부 유전 접근권을 갖고 미국을 대신해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ㆍ이란의 견제세력이 된다는 것이다. 터키의 미국산 무기 구매 규모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아프간 주둔 미군은 1만4000여명이다. 미국이 병력을 감축하면 아프간은 방어력 유지를 위해 무기를 더 많이 살 수 밖에 없다. 아프간도 미국 방위산업체의 주요 고객이다. 예멘 내전에선 미국 동맹인 사우디가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산 무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미국 의회가 예멘 내전 개입 종식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사우디 왕가와 트럼프 행정부간 유착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지만, 효과는 동일하다. 미국의 군사적 지원 없이 사우디가 예멘 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부담과 지출을 늘릴 수 밖에 없다. 사우디는 미국산 무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탈퇴를 위협하며 결국 회원국들에게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약속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 각국에 방위비의 일정부분을 주요 무기 장비 구입에 할당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근 인상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북미협상과 관련 ‘주한미군 철수 및 감축 가능성’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최근 흐름을 보면 미국의 대(對) 동맹국 정책은 일관되다. ‘병력을 줄일테니, 빈 자리는 당신들의 돈과 미국산 무기로 채워라’는 것이다.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예외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형석 인터내셔널섹션 에디터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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