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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의칙 재계 반응] “신의칙 모호성 여전…기업별ㆍ법원별 제각각 판단 우려”
- 소송 사건 마다 고무줄 판결…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 있어야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14일 대법원의 시영운수 선고에서 기대했던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 기준이 제시되지 않고 파기환송되자 재계는 유사 소송에 대한 혼선 가중 우려와 경영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의 ‘신의칙’이 부정된 게 기업 현실 등을 고려하지 않아 당혹스럽다”며 “기업별ㆍ법원별로 신의칙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면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부담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은) 추가 임금을 지급하라고 한 것으로, 신의성실원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며 “근로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재계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또 “대법원에서 ‘경영상의 어려움’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건 개별 사례별로 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으로, 소송을 통해서 끝까지 봐야 한다는 의미”라며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면 소송을 진행할지 말지의 기준이 되는데, (이번 판결에서처럼) 이 정도면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은 개별 사례별로 판단을 받아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에서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에 대한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회사의 경영상황 판단과 관련해 통일된 재무지표를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이나 이익잉여금 등에 기초한 어느 정도의 합의된 원칙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도 새로운 법리나 판단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원고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실망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신의칙 적용 요건에 있어 주관적 판단의 개입 여지가 충분하고, 어느 정도의 부담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인지 판단 여부가 여전히 모호한 채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거 유사 쟁점으로 소송을 벌인 기업들의 신의칙 판단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두산모트롤,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은 1심에서 신의칙 부정(회사 패)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신의칙을 인정(회사 승) 받았다. 그러나 만도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1심이 신의칙을 인정(회사 승)한 반면, 2심은 신의칙을 부정(회사 패)한 바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신의칙이 추상적이고, 법적으로 규정이 없어 모호한데 이를 사법부 판단에만 맡기다 보니 다양한 판결이 나오고 있다”며 “산업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부지침이 마련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결국 소급 적용이 문제다. 판결에 따라 임금을 다 돌려주라고 하면 단기간에 재정부담이 급증하게 된다”며 “특히 최근 잇달아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판결되는 경향이 있어 노조와의 갈등도 격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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