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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만 했는데 30만원 토해내야”…2030 연말정산, ‘제 2의 싱글세’ 비명
-“혼자살고 열심히 저축하면 오히려 더 뜯어가” 억울
-미혼자들 위한 세제 혜택은 전무… “출산 장려 의지 있나요?”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50만원을 토해내라고?’ 3년차 직장인 박모(29) 씨는 이번 연말정산 결과를 조회해본 결과 충격이 컸다. 박 씨는 소문난 ‘절약가’다. 세후 350만원의 월급을 받는 그의 통상 월 지출은 80만원 안팎이다. 식비, 데이트비, 교통비용에 40~50만원을 쓴다. 쇼핑에 쓰는 돈도 월 30만원 이하다. 과소비를 막기 위해 신용카드도 쓰지 않고 모두 체크카드만 이용했다.

박씨는 그렇게 지난해 매월 최소 250만원~300만원을 꼬박꼬박 저축 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내 집 마련, 결혼준비, 노후 자금 마련 등 미래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연말정산 결과 50만원의 세금을 더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소위 ‘세금폭탄’이었다. 그는 “남들보다 ‘돈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50만원을 토해내라는 게 억울하다”며 “‘더 쓰라’가 자본주의의 미덕이라고 하지만, 청년들의 현실적인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돈을 회수해가는 정부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13월의 보너스라고 불리는 연말정산 결과를 두고 미혼 2030대의 원망의 소리가 크다. 이들은 자녀와 부양가족이 있는 기혼자들에 비해 세금 혜택이 적다. 때문에 세금을 토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연말정산 세금 공제 항목엔 부양 가족이 있는 기혼자들을 향한 혜택이 많다. 그러다보니 사실상 ‘싱글세’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뿔난 2030 미혼 직장인들은 연말정산에 미혼 직장인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현 연말정산 시스템에선 결혼, 주택마련, 출산을 앞두고 가장 돈 모으기 바쁜 알뜰한 젊은층이 가장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연말정산 소득공제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부양가족 인적 공제다. 연간 소득금액 합계액이 100만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500만원) 이하인 배우자와 부양가족에 대해 1명당 150만원씩 과세대상 소득에서 제외한다. 이를 두고 월세를 절약하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사는 2030대 직장인은 “돈 없는 것도 서러운데 토해 내라는 것만 많다”고 말했다.

기혼자들에게 유리한 연말정산 시스템은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과도 동떨어져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돈 쓸 여력조차 없는 청년들에게 ‘돈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금을 다시 걷어가는 것은 결혼이나 주택마련을 위해 필사적으로 저축을 해야 하는 2030대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안모(32) 씨는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1년동안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저축만 열심히 했다. 400만원 월급 중 70%인 280만원 가량을 모았고, 작년 3월엔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도 들었지만 결국 20만원을 토해내야 한다”며 “정부는 경기 부양을 한다고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줄뿐, 저축을 많이 하고 절약하는 사람들에겐 돌아오는 게 하나도 없다. 그래 놓고 결혼하라, 애 낳으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연말정산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애초에 조세 우선순위를 정해 세금을 철저히 정확하게 걷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29) 씨는 “똑같이 써도 누구는 돌려받고 누구는 토해낸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며 “특히 세금을 돌려 받으려면 본인이 알아서 증빙하라는 건 정부가 할 일을 미루는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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