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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시지가 후폭풍][르포] 명동 건물주 “세금 오르면 임대료 올릴 수밖에 없잖아요”
-세입자들 “세금이 오르는데 10원이라도 올리지 않겠느냐” 전전긍긍

서울 중구 명동의 거리. 12일 국토부가 발표한 올해 공시지가에 따르면 명동은 올해 가장 땅값이 많이 오른 지역이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발표한 올해 공시지가는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169.3㎡)의 ㎡당 가격은 작년 9130만원에서 올해 1억8300만원으로 100.4% 증가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정세희ㆍ성기윤기자]“한평생 열심히 돈 모아서 산 건물이에요. 우리가 도둑놈인가요?”

올해 공시지가가 발표된 지난 12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만난 5층짜리 건물주 양모(60) 씨가 한 말이다. 그는 “정부가 조금이라도 있는 자에게 세금만 뺏으려고 하는데, 결국 임대료 상승 등 풍선효과로 인해 피해는 임대업자와 세입자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토로했다.

명동은 올해 가장 땅값이 많이 오른 지역이다. 국토교통부가 전날 발표한 올해 공시지가는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169.3㎡)의 ㎡당 가격은 작년 9130만원에서 올해 1억8300만원으로 100.4% 증가했고 명동 우리은행 부지도 8860만원에서 1억7750만원으로 100.4% 올랐다. 충무로 유니클로 부지(8720만원→1억7450만원ㆍ100.1%) 등도 모두 작년보다 2배 넘게 올랐다.

정부가 공시지가 인상을 발표한 1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용산구 이태원, 마포구 망원동 등에서 만난 건물주들은 올해 공시지가 상승으로 세금이 얼마나 오를지 긴장 상태였다. 일부 건물주들은 급격한 공시지가 상승에 대해 ‘집과 건물 가진 자들이 죄인 취급 받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양 씨는 “건물을 가졌다고 말로는 순차적으로 올리겠다고 하지만 사상최대로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 건물주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대출을 끼고 건물 산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타격이 더 클 것”이라며 “명동 경기가 좋지 않아 월세를 곧바로 올리진 못하겠지만 결국은 임대료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모두가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구의 해방촌 골목. 세입자들은 공시지가 인상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이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공시지가 상승으로 세금 부담이 늘면 임대료를 올릴 것이란 얘기는 곳곳에서 나왔다. 서울 망원동에 1,2층 사무실과 3,4층은 주택으로 사용하고 있는 4층건물를 갖고 있는 서모(63) 씨는 돌아오는 임대 재계약 때 월세를 얼마나 올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임대차보호법 때문에 세금 오른 만큼 까지는 아니어도 5% 정도는 올릴 것 같다”고 했다. 5%는 재계약 때 올릴 수 있는 임대료 상한선이다. 대신 신규 업자를 받게 되면 5% 규정은 적용받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세입자들 사이에선 공시지가가 임대료 상승 부메랑으로 날아오진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특히 가파른 임대료 상승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해방촌, 마포구 망리단길의 세입자들은 공시지가 인상이 젠트리피케이션에 불을 지피진 않을까 전전긍긍이었다.

서울 해방촌에서 만난 마트 주인 임모(43) 씨는 임대료 얘기를 꺼내자마자 “우리도 나가야 할 판”이라고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반대편에 텅 빈 식당을 가리키며 “최근 인근 신흥시장이 방송에 나와 유명세를 타면서 집 주인이 ‘직접 가게를 운영해 볼까’한다며 은근히 나가라고 압박을 주고 있다”며 “임대차보호법이 있어도 꼼수들이 많다. 결국 이곳 상권도 결국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식당 주인 김모(66) 씨는 “안 그래도 뉴스 봤는데 조마조마하다”며 “건물주가 착해서 갑자기 돈을 올릴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우리한테 10원이라도 더 받아가지 않겠냐”고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필요한 일이지만, 공시지가의 가파른 인상으로 인해 결국 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후폭풍도 클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에서 만난 인근 주민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기본적으로 원가가 올라가는데 물건값이 내려간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적이겠느냐”며 “다들 탁상공론만 할뿐이다. 정부에 부동산 전문가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큰 건물을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집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이번 공시지가 인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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