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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우 “정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응시자 농락”
12일 기자들에 의견서 “공모제 비공정성으로 얼룩”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에 응모, 최종 후보자 3인에 올랐던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대표가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선임 절차에 대해 “상처투성이”라며 “기회균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마련한 공개모집제도가 비공정성으로 얼룩졌으며, 촛불혁명 정부가 내세운 정의와 기회균등의 철학이 시험받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12일 기자들에게 보낸 의견서에서 이같이 밝히며 “나를 두둔하거나 오해하는 견해가 문화계에서 회자될 때도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의 결정을 정당화하기위한 것으로 보이는, 나의 탈락을 기정사실화 하기위한 음해성 정보들이 생산, 보급되는 작금의 현실을 보며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공모 과정 중 지난해 12월 실시한 역량평가에서 유일하게 통과했다. 문체부는 통과자가 있음에도 재차 역량평가를 실시했고, 이때 윤범모 신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비롯한 다른 후보자가 다시 응시했다. 재시험을 치른 두 후보자가 모두 기준점수(5점 만점에 2.5점)를 넘기자, 문체부는 윤범모 후보자를 관장에 임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선임하면서 역량평가를 두 번 치른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놓고 이미 내정자가 있었고 ‘끼워 맞추기’식 공모였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이같은 후문에 대해 “이번 인사가 소문이나 보도대로 이미 내정된 인사라면 최종 후보자는 물론, 새로운 비전과 꿈을 갖고 공모에 응했던 미술계의 내로라하는 십 여 명의 다른 응모자를 농락한 것이며, 헛걸음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아래는 의견서 전문.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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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임명에 대하여



국립현대미술관장 임명절차가 이번에도 예상대로 상처투성이다. 「기회균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마련한 공개모집제도가 「비공정성」으로 얼룩졌으며, 촛불혁명 정부가 내세운 정의와 기회균등의 철학이 시험받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정의구현의 차원에서, 그 어느 때 보다도 기대와 소망을 많이 걸었던 이번 정부인데 참 많이 아쉽다. 촛불혁명은 깨어난 시민, 국민들이 이루었는데 정치인들은 열매나 즐기며 문화예술계를 너무 쉽게 보는 것은 아닌가.



이번 인사가 소문이나 보도대로 이미 내정된 인사라면 최종 후보자들은 물론, 새로운 비전과 꿈을 갖고 공모에 응했던 미술계의 내로라하는 십 여 명의 다른 응모자들을 농락한 것이며, 헛걸음하게 만들었다. 보통 일이 아니다.



고위공무원 역량평가에서 1차로 통과했던 나를 보고 주변에선 관장 자리를 도둑맞았다면서 침묵할 일이 아니라고 난리다. 그들은 내게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한 정치적 암수에 당했다”고 말한다. 이 일의 중심에서 명한 자와 수행한 자의 이름까지 시중에 나돈다. 동의하고 싶지 않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참 불편한 이야기들이다.



결과에 앞서, 나와 함께 공모과정에서 최종 선발에 오른 김홍희 선생이나 윤범모 선생은 국립현대미술관을 훌륭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중요한 인사들이라고 나는 평가한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이념이나 정치, 문화계의 패거리의식과 상관없이 내가 오래 알고 있는 그 분들의 바탕이 그러하다는 뜻이다. 인사혁신처의 고위공무원 역량평가 제도가 차라리 유명무실 했더라면, 그리고 내가 역량평가에서 실패했더라면 아무 일 없이 조용했을 것을. 결국 이 제도를 도입한 노무현정부와 내가 유죄가 아닌가. 국립현대미술관의 공모제로부터 욕망을 졸업시키지 못하고 부역한 내가 더욱 유죄다.



나는 문화관광부 장관은 물론 문광부의 해당 직원조차 일면식이 없다. 어찌 보면 들풀처럼 뜻만 무성한 채 공모제를 믿고 전쟁터에 나선, 대책 없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던 것 같다. 국가의 제도와 규범은 그것을 시행하는 정부 관리들에 의해 성취되거나, 또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적어도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에 응모한 13명의 후보자들은 정부의 제도와 시행의 규범들을 믿었던 것 같다.



이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7백억이나 쓰면서 글로벌 시각문화현장에서 무명 미술관으로 존재하는 이유를 깨우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장도를 바란다.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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