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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콩회항’ 박창진 사무장 “수많은 문제 해결된 것 없어“
박창진 사무장[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땅콩회항’사건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이 사건의 전말을 담은 수기 ‘플라이백’(메디치)을 펴냈다. 그의 목소리로 이 일의 내막을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기는 처음이다. 제목은 ‘회항’이란 뜻과 회복을 은유적으로 담았다. 그는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날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되도록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기록하려 한다고 밝혔다.

2014년 12월5일 뉴욕JFK공항에서 벌어진 사건은 박 사무장의 기록을 보면 벌어질 일은 벌어지게 마련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박 사무장은 VIP담당 승무원직을 수행하고 회사홍보 모델로도 활동하는 등 줄곧 능력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시련의 시작은 땅콩회항 사건 이전, 국회의원갑질 사건이 먼저다.

그는 당시 대한항공이 속해있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분과 위원장인 야당의 모 의원의 갑질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된다. 1년만에 팀장으로 복귀한 그는 어느 승객이 서비스에 감동해 회사에 전화를 거는 바람에 다시 VIP탑승을 맡아달라는 회사의 요구를 받게 된다. 회사의 태도에 실망했던 그는 몇차례 거절하다가 할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고 문제의 비행기를 타게 된다.


책에는 당시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둘러싼 매뉴얼 문제가 어떤 상황을 초래했는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이후 회사의 대응은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사태를 왜곡, 덮기에 급급했고, 그 역시 사태 초기, 회사의 요구대로 순응하는 모양새를 보이다 검찰 조사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게 된다. 회사가 그를 버리는 카드로 방패삼아 조 부사장을 구하기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

이 때부터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된다. 

이 사건으로 조 전 부사장은 법정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일반에는 알려지지 않은 법정 공방과 풍경도 자세히 담아냈다. 박 전 사무장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휴직했다가 2016년 5월 복직하는 과정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며 조 전 부사장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등 이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1심에서 대한항공이 박 지부장에게 2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저자는 침묵을 깨고 양심선언을 한 내부 고발자들이 마주해야 할 편견,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풍토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다.

그는 “약자를 위한 보호막조차 없는 사회에서 왜 굳이 이 처절하고 외롭고 질 게 뻔한 싸움에 나섰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적어도 나라는 한 사람은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간다해도 똑같이 행동하겠다며, “한 인간이 힘의 우위를 내세워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강탈해선 안된다는 신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땅콩회항 사건 이후 내 삶은 오로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연속“이라며, “수많은 문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다. 이 싸움이 온전한 패배로 끝날지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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