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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혁명! 푸드스타트업]김재훈 식탁이있는삶 대표 “‘농가와 상생’ 본질 지키며 오프라인 매장ㆍ간편식 등 혁신 시작”
-산지 직거래로 농가-소비자 ‘윈윈’ 추구
-오는 5월 첫 오프라인 매장 오픈…6곳 오픈 계획
-가공식품, 간편식 확대도 속도…“본질 남기고 변화ㆍ혁신”

김재훈 식탁이있는삶 대표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식탁이있는삶]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제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이 ‘할 거 없으면 농사나 짓지’라는 소리예요(웃음). 현재 농업 관련해 상장된 정보기술(IT) 회사가 하나도 없다는 게 안타깝지만 현실이죠.”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식탁이있는삶(이하 식삶)’ 본사에서 만난 김재훈(35)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식삶은 150여곳 농가와 손잡고 산지 직거래 신선식품 만을 취급하는 식품 전문몰이다. 이커머스업계의 최대 과제인 ‘싸게’, ‘빠르게’ 만을 외치지 않는다. ‘생산자는 제 값을 받고,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에 최상의 상품을 받아보는 것’을 지향한다. 아울러 우수 산지 상품을 알리는 캠페인과 함께 관련 레시피, 칼럼 등 콘텐츠도 제공하고 있다. “농가가 정부 보조금 없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식품몰도 이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손 내밀어준 농가에 보탬되고 싶었죠”= 김 대표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농산물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향인 경북 의성의 흑마늘 몇 박스를 챙겨들고 무작정 싱가포르로 향한 것이 계기였다. 목적지는 세계적인 미용ㆍ건강 관련 박람회 ‘뷰티아시아’ 무대. 이곳에서 운좋게 20만불에 달하는 수출 실적을 올렸다. “그 때부터 학교에서 수업 들은 기억이 없다”고 그는 멋적게 말했다. 농가 대상으로 상품을 기획해주는 컨설팅을 하는가 하면, 해외 신품종을 들여와 재배ㆍ유통하기도 했다. 하는 일마다 술술 풀리는 듯 했다.

그러던 중 케냐에서 심해 게를 들여와 국내 유통한 것이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한 주에 컨테이너 8~9개씩 수입했다. 컨테이너 하나당 3000~4000만원이 남는 장사였다. 하지만 석달 만에 위기가 닥쳤다. 게잡이 배에 아예 투자했는데 그 배가 소말리아 해적에 납포된 것이다. 50~60일 뒤 풀려났지만 실려있던 게는 이미 상품성이 떨어진 채였다.

고시원 생활이 시작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건너가 체리도 따고, 한국에 돌아와선 영화 보조출연도 하며 버텼다. 극단적인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그를 다시 일으켜세운 건 과거 컨설팅으로 인연을 맺은 농가들이었다. 농가 8곳이 그에게 “돈은 나중에 받겠다”며 자식같은 작물을 건넸다. 가장 힘든 순간에 손 내밀어준 농가에 그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 때부터 신품종을 들여와 국산화하고, 농업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농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업에 매진했다.

식탁이있는삶 사내이사로 합류한 강레오 셰프(왼쪽에서 세번째)가 농가 및 직원들과 ‘스마일농부캠페인’에 참여한 모습. [제공=식탁이있는삶]

▶‘초당옥수수’ 등 신품종 승승장구= 2014년 식삶 몰을 시작하면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초당(超糖)옥수수를 국내 보급시킨 것이다. 찰옥수수와 달리 날 것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상품이다. 풍부한 단맛과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김 대표는 성공을 확신했지만 주위 반응은 시큰둥했다. 몇년 전만 해도 시장에 없던 상품이다보니 소비자 반응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이에 김 대표는 농가에 선도금을 제시하고, 수확하면 일정 금액에 매입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렇게 농가는 초당옥수수 재배에, 김 대표와 직원들은 마케팅 활동에 매진했다. 이에 힘입어 상품은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김 대표는 “초당옥수수처럼 잘된 사례를 만드니 지금은 농가들이 서로 (재배)하겠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귤처럼 껍질이 얇은 ‘클레멘타인 오렌지’ 등도 식삶이 단독 재배해 유통하기 시작한 신품종이다.

이처럼 다양한 품종을 보급ㆍ유통할 뿐 아니라 농업 관련 캠페인도 주요 사업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이름하여 ‘스마일농부 캠페인’이다. 소위 ‘돈 되는’ 사업은 아니다. 농가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 목표다. 그는 “농민 덕에 돈을 벌게 됐으니 우리나라 농업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 해서 시작한 법인이 식삶”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취지에 공감해 개그맨 정찬우, 배우 위양호 등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캠페인을 함께 해오던 스타셰프 강레오는 아예 식삶 사내이사로 정식 합류했다. 김 대표는 “산지를 찾아다니면서 강셰프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며 “식품에 정말 관심이 많은 분이고 농가가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셰프 중 하나”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치킨게임 지양…큐레이션 등으로 차별화”= 식삶은 식품몰 외에도 신품종 계약재배, 식자재 납품 업무를 하는 농업회사법인 시즌랩과 세목골 농장 등을 관계사로 보유하고 있다. 설립 4년여 만에 지난해 기준 매출 300억원을 달성했다. 식삶 몰 매출만 20~30억원, 순이익은 7억원 수준이다. 연간 마케팅비를 1000만원도 채 쓰지 않고 올린 매출이라는 점을 김 대표는 강조했다. 올해는 연 매출 4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약재배는 마진(이익)이 30~40% 정도 남아요. 벤더(공급자)를 거치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오픈마켓은 식품 마진율이 한 자릿수가 안 되기도 하다보니 ‘택배비 따먹기’라는 말도 나와요. 결국 우리나라 오픈마켓 시장은 치킨게임 형국이 될 수 밖에 없어요.”

다른 식품몰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해 식삶은 빅데이터를 통한 ‘큐레이션(맞춤추천)’ 기능도 고도화하고 있다. 다른 큐레이션 몰의 경우 회사가 상품을 정해서 노출시키는 경우가 많다. 식삶은 소비자의 구매 이력과 앱 내 동선 등을 분석해 성향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오는 3월 시작할 계획이다.

▶“본질 남기고 실험 거듭…실물 매장, 간편식 확대”= 김 대표는 온라인만큼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도 관심이 많다. 브랜드 홍보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대표는 오는 5월 서울 신사역 인근에 식삶 첫 매장을 오픈하기로 했다. 이를 시작으로 수도권에 6개 매장 문을 열 계획이다.

변화하는 식품 소비 트렌드에 발 맞춰 가공식품, 간편식 등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계약된 산지의 신선한 원물을 활용해 60여종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개발해둔 상태다. 간편식은 강레오 셰프와 협업해 식삶 브랜드의 밀키트(반조리 음식)와 밀프렙(미리 준비해두고 끼니 때마다 꺼내먹는 식사)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른 간편식 제조사와 달리 생산자와 협의해 원료부터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는 품질을 자신했다.

“그간 대기업에서 인수 제의도 받았지만 거절했어요. 가치 키워서 팔려고 세운 회사가 아니니까요. 올해 저희 캐치프레이즈가 ‘본질은 남기고 변화하고 혁신하자’에요. 저희의 본질은 농민과 함께 하는 것이죠. 보다 진심과 전문성이 담긴, 우리만 팔 수 있는 상품으로 승부하고 싶어요. 그리고 좋은 일에 참여할 수록 좀 더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식삶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요.”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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