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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명절인사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얼마 전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본 적이 있다. 블루칼라의 시인이라는 별명답게 감독은 공고한 영국 관료사회의 벽 앞에 보호받지 못하고 좌절하는 한 실직 목수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블레이크는 실직한데다 심장병까지 있어 실업수당을 받아야하지만, 컴퓨터 신청양식 규정을 따르지 못했다. 컴퓨터가 있을리 만무하니 사용법을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마우스를 옮기라는 지시에 화면에다 마우스를 갖다대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꼭 인간에게 행복만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편리함은 증가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기술이 발달은 사람간의 관계를 더 소원하게 한다는 역설을 많은 이들이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영상통화가 가능해졌지만, 반대로 한 집안에서 가족끼리 문자로 대화할 만큼 삭막해졌다. 네비게이션이 등장한 뒤 길을 더 모르게 되고, 스마트폰이 좋아질수록 전화번호를 못외우는게 현실이다. 곱게 봉투에 넣은 청첩장을 돌리며 인사하고, 축하를 건네는 풍경은 서서히 사라지고. 메일이나 단톡방으로 e카드 형태의 청첩장을 받는 일이 다반사다. 바쁜 세상에 언제 일일이 찾아가서 인사하겠냐며 이해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카톡으로 세배하고, 상품권 기프티콘을 주는 시대다.

추석과 함께 ‘민족 최대의 명절’ 중 하나인 설이 다가왔다. 이미 업무상 관계자들이나 지인, 친구, 친척들과 설 관련 덕담이나 인사를 주고받는 시기다. 물론 고향을 찾는 이들의 기쁨만 못하겠지만 이런 인사들을 주고받는 것도 마음 따뜻한 일이다. 하지만 ‘받고도 불쾌한 인사’ 가 적지 않다는건 아쉬운 일이다.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는 ‘공장형 연하장’ 하나 골라 일면식도 없는 사람 수십명 한 단톡방에 몰아넣고 던지는 연하장은 안보내느니만 못하다. 벼루에 먹 갈아 화선지에 쓰자는게 아니다. 문자나 카톡으로 보낼 수야 있지만, 받는 사람 이름이나 자신과의 일화 정도는 언급하며 보내는게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얼굴이 안보여도, 방법이 바뀌어도 진심은 전해지게 마련이다. 

김성진 선임기자withy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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