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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장벽건설, 셧다운이 뭐길래
#. 지난 2011년 8월2일. 미국 의회가 국가채무삭감계획을 통과시키자 사흘 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미 정부 채권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등급 내렸다. 국가채무삭감계획의 삭감 액수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였다. S&P가 미 국채를 최고 등급에서 강등한 건 71년 만의 일이었다.

이로 인해 처음엔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으로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자 미 국채 금리는 떨어지고 달러는 강세로 바뀌었다. 신흥시장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그해 한국의 코스피는 8월1일 2172.27에서 8월9일 1801.35로 6거래일 만에 17%나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8월4일 1달러당 1062원에서 9월26일 1194원까지 치솟았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둘러싼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23일(현지시간) 기준 33일째를 맞았다. 역대 최장 신기록이다. 종전 최장기간은 1996년 빌 클린턴 행정부의 21일이었다.

셧다운은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 폐쇄제도로, 새해 예산안 통과 시한까지 정당 간 예산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정부기관이 잠정 폐쇄되는 것을 말한다. ‘국경지대 장벽 설치를 위해 정부 예산 57억 달러를 투입하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의가 불발돼, 지난해 12월22일 셧다운이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역대 최장 셧다운을 기록한 정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문제는 셧다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셧다운 장기화는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지난 2011년처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 경제 및 증시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셧다운 장기화시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미국 보다 국제금융시장과 한국이 폭풍에 휩쓸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S&P글로벌은 셧다운이 이번 주말까지 지속될 경우, 미국의 경제적 피해규모는 6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 80만명의 연방 공무원들에게 지급돼야 할 미지급 급여 등이 포함된 수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국경장벽 예산 57억 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9일 의회 연두교서 발표를 앞두고 해결책을 제시할 지, 뮬러 특검 등 정치적 궁지에 몰리는 걸 피하기 위해 셧다운을 지속할 지,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장벽이 완공될 때까지 2년 간 내세울 새로운 테마라며 “장벽을 지어라&범죄가 줄어들 것이다!(BUILD A WALL & CRIME WILL FALL!)”라고 올렸다. 장벽건설이 대체 뭐길래, 수십만명과 수십억 달러의 희생을 감수해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인지 트럼프에게 묻고 싶다. 

장연주 인터내셔널섹션 차장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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