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 ‘자성’ 분위기 속 사법부 신뢰 추락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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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24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좌영길·이민경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24일 전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데 대해 “참담하고 부끄럽다”는 말을 남겼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제가 어떤 말씀을 드려야 우리의 마음과 각오를 밝히고 국민 여러분께 자그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지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저를 비롯한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다, 그것만이 이 어려움을 타개하는 유일한 길이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의 부응하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법원 내에서는 대체적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영장전담 업무를 맡은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많이 안타깝고 참담하다,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혐의 소명이 됐는지 안됐는지는 기록을 본 판사가 아니면 뭐라고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영장 판사 입장에서) 발부를 안하면 수사도 안되고 사법부도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다른 부장판사는 “혐의 소명이 됐다면 당연히 전직 대법원장이라도 구속이 될 수 있다”면서 “개인을 처벌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법원에 갖는 신뢰가 깨진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변호사들도 다양한 반응을 내놓았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어제 보도로 나왔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나를 모함한다’는 걸 보고 영장이 발부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상적인 얘기가 아니지 않느냐, 그래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워낙 증거가 많고, 범행 내용이 무시무시한데 판사가 잘 결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직 대법원장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판사들도 느낀 게 많았을 거다, 앞으로 검찰 수사를 대하는 법원의 태도도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사안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더러 있었다. 한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는 “사법부 수장이 구속된 자체가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하다”면서도 “이 사태에 대해 본질적으로는 사법부에 책임이 있지만, 사법부 독립과 관련해 정권에 의한 사법권 길들이기 선례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jyg9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