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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물가서 숭늉 마셔라”...금융위, 신용점수 대출 ‘공수표’
대출금리 1000점만점 평가
당국 “이달 14일부터 시행”
은행들 “준비 한참 더해야”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금융위원회가 이달부터 개인신용평가 등급제를 점수제로 바꿔 시행하기로 했지만 ‘공수표’가 됐다. 은행들이 전혀 준비도 되지 않은채 시행만 서두른 탓에 빨라도 1분기, 제대로 되려면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새 제도 도입을 독려하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원은 지난해 말 ‘개인신용평가체계 종합 개선방안’을 내놓으며 이달 14일부터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NH농협)에서 먼저 신용점수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인의 신용을 등급(1~10등급)으로 나누던 것을 점수(1000점 만점)으로 바꾸는 게 골자다. 대출 여부와 금리와 한도를 결정하는 대출심사 등의 업무에 등급 대신 점수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1~2점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절벽효과’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당국이 예고한 날짜에서 열흘이 지났지만 은행 영업점에서 점수제로 업무가 이뤄지진 않는다. 은행들 입장에선 CB사들이 제공하는 점수 기반으로 평가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내부 평가 시스템을 점수제 중심으로 바꾸고 신용평가를 활용하는 부서간 협의도 필요해서 빨라도 1분기 중에나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행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고, 우리은행 측은 “점수 기준 평가방식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고 하반기에 도입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신용정보회사(CB사)들이 산출한 개인 신용평가를 토대로 대출 심사를 진행한다. CB사들은 기본적으로 신용을 점수로 수치화(1000점 만점)하고 테이블에 맞춰 1~10등급으로 분류해 금융사에 건넨다. 대형 시중은행은 CB사로부터 받은 등급을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에 반영해 고객의 최종 신용 등급을 판단한다. 그런데 불과 1~2점 차이로 등급이 떨어지면 대출금리는 평균 1~3%(시중은행 기준)씩 뛴다. 일부 시중은행에선 아예 대출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점수제가 도입된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 점수로 고객의 신용도와 리스크를 따지려면 평가 체계를 대폭 세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수개월간 점수 데이터를 축적하고 모델을 구축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과 은행들 사이에 추진 일정을 더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점수제 시행은 이달부터가 맞지만 고객들의 혼란을 막고자 등급제와 점수제를 당분간은 병용하고 있다”며 “시간을 둬서 점수제로 확대하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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