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문화스포츠 칼럼-정창호 소쿠리패스 여행사 사장] 아이슬란드 푸른 동굴, 서울의 슬픔
서경 21 북위 64도.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로 향하는 비행기 모니터에 20분후 착륙한다는 메시지가 뜬다. “나대지마, 심장아.” 설렘으로 벅차다.

매년 이 맘때면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2015년 아이슬란드 여행이 생각난다. 서울 하늘이 회색빛으로 신음하며 마음까지 잿빛으로 물들어 버리는 날이면 더욱 그렇다.

아이슬란드에 대한 첫 인상은 2010년 이 나라 남쪽 빙하지대 화산 폭발로 유럽 항공편 운항정지가 한동안 이어지던 때였다. 많은 이들에게 이곳 여행을 피하려는 심리가 있었지만, 북극에 가까운 오지, 얼음과 화산의 극명한 대조, 신비한 자연 현상때문에 그곳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레이캬비크의 케플라비크 국제공항(KEF)에 내린 날은 화산폭발이 있은지 5년이 지난, 엄동이었다. 바깥의 칼바람과는 달리 공항 내부는 평온하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미리 예약해둔 셔틀버스를 찾아 주차장으로 나가니 비로소 내가 ‘얼음왕국’ 아이슬란드에 온 것이 실감 난다. 셔틀버스에 탑승하니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바로 출발한다. 신기해서 물어보니 항공편이 그리 많지 않아, 항공편이 도착하면 30분에서 40분 후면 바로 출발한단다. 설레는 마음 주체하지 못하고 공항을 두리번거리며 배회했다면 놓칠 뻔 했다.

짧은 일정으로 온 여정을 꽉 채워보려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싱벨리어(Þingvellir) 국립공원-간헐천인 게이시르(Geysir)-굴포스(Gullfoss) 폭포, 이른바 아이슬란드 골든서클이다.

10여분 마다 높이 치솟아 오르는 게이시르의 온천수에 놀라고, 강한 존재감으로 호령하던 굴포스 폭포의 장관에 압도당한 것은 서막이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을 찾았을 때엔, 이 곳이 아이슬란드 민주주의의 터전이라는 가이드의 설명보다, 공원 곳곳 지각변동의 흔적들이 나를 사로잡는다.

이 곳의 화산활동과 여러 요인의 지각 변동이 일어나면서, 평탄했던 토양이 뒤틀려, 한 곳이 솟아오르거나 그 여파로 갈라진 틈이 해를 거듭할 수록 더욱 벌어진다고 한다.

과연 듣는 것과 보는 것은 달랐다. 필수 관광지라는 말에 기대감없이 찾았는데, 이 곳에서 인간의 무기력함과 자연이라는 거대한 힘의 흔적을 목도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한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채, 새벽부터 눈보라를 뚫고 찾은 얼음동굴의 신비로움과 찬란함은 형언할수 없다. 아, 얼마나 아름답고 빛나던 녹푸른 빛이던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인간의 이성을 초라하게 만든다. 푸른 얼음동굴을 나올 때 나는 이미 자연숭배자, 그린피스의 전사가 되어 있었다.

2019년 초미세먼지로 가득찬 잿빛 서울에서 그때 아이슬란드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는 일은 급기야, 모종의 반성에 까지 이른다. 푸른동굴에서 나올 때 가이드가 한 말이 떠올랐다.

‘지구 온난화로 얼음동굴의 길이 조차 매년 10m 이상씩 줄어들고 있다’는 것. 자연의 섭리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인간들이 이성을 도구로, 자신들의 편리함을 위해 자연을 희생시키는 것은 결국 인간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

어제보다 더 짙어진 오늘 서울의 회색하늘, 길이가 작아지는 푸른 얼음동굴은 우리의 심장에 생채기를 낸다. 우리 세대만 사용할 서울인가. 우리 딸과 아들을 위한 지구 자연 지키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창호 소쿠리패스 여행사 사장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