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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교수] 정치인 황교안의 생존 전략은
황교안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언론은 그가 이번 한국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 전 총리가 정치인 황교안으로 변신한 셈이다. 황 전 총리는 정치인으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할 수 있을까.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은 맷집이 강해야 한다. 정치인은 때리면 맞고, 그 이후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어날 수 있는 근성과 ‘얼굴의 두께’를 지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정치인으로서 성공하기 어렵다. 또 정치인은 섭섭함을 표현하지도 말아야 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쉽게 잊을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또 정치인은 자신의 잘못은 기억하지 말고 다른 이의 허물만을 들춰내 정치적 제물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기억력’도 소유해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말을 뒤집는 데 있어 주저하지 않을 정도의 ‘용기’도 있어야 한다. 또 자신에 대한 공격의 포인트를 흩트리면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거나, 물타기를 해 국민을 헷갈리게 할 ‘재주와 능력’도 있어야 한다.

이런 정치인의 덕목(?)을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기란 쉽지 않다. 공무원 출신 관료들도 마찬가지다. 공무원과 관료들 역시 이런 측면에서는 일반인들과 마찬가지로 아마추어들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고건 전 총리와 같은 유능한 관료들이 정치계로 진출하면 어김없이 실패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 전 총리와 황 전 총리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먼저, 고 전 총리와 황 전 총리는 모두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 있었던 탄핵시기에 대통령 권한 대행을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고 전 총리가 유력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무난하고 안정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자칫 불안할 수 있는 국민에게 안정감을 줬다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고 전 총리의 가장 큰 자산이었던 것이다. 황 전 총리 역시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 왔다는 측면에서 고 전 총리와 비교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당시의 상황은 고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하던 시절보다 더욱 어려운 형국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국정을 무난히 이끌었고, 대선도 무난히 치르도록 하는 데 성공해 안정적인 리더십을 증명해 낸 바 있다.

이런 공통점 말고도 고 전 총리와 황 전 총리는 관료에서 총리가 된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점이 이낙연 현 총리와는 다르다. 이 총리의 경우는 정치인이 총리로 발탁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료가 정치인이 됐을 때, 앞서 언급했던 정치인의 ‘덕목’을 습득하기란 쉽지 않다. 시간을 충분히 주면 이런 덕목을 습득할 수 있을 텐데, 습득할 시간은 주지 않고 오히려 사방에서 공격만 해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관료 출신 정치인들이 ‘정치인의 덕목’을 습득하기도 전에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 전 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경우가 바로 그런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인 반기문 전 총장의 경우도, 온갖 음해와 가짜뉴스의 공격을 받고 결국은 스스로 사퇴했는데, 만일 그가 ‘태생적, 유전적 정치인’이었다면 아마도 그냥 버텨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황 전 총리가 불안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단점’들을 극복하고자, 황 전 총리는 주위에 맷집 좋은 정치인들을 다수 포진시키는 것이 좋을 듯싶다.

그런데 언론 보도를 보면, 황 전 총리 곁에는 늘공(늘 공무원)에 다수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 황 전 총리의 약점을 보완해주기보다는 약점을 강화시킬 수 있는 포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만일 약점이 강화된다면, 거칠디 거친 한국의 정치판을 황 전 총리가 헤쳐나가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정치란 ‘의리’에 의존하기보다는 ‘필요’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한 존재다. 그래서 자신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확대 강화해야 할 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참모도 신뢰보다는 필요성에 의해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정치판에서 정치인 황교안이 어떤 선택을 통해 살아남을지 주목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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