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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저임금 노동자인가요”…‘인권·안전 사각지대’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습생’ 배우기도 전에 실전 업무…근무 조건도 열악
-특성화고 현장실습 여전히 실습과 노동 경계 모호
-제대로 임금도 못 받고 폭언까지



[헤럴드경제=성기윤 기자] “현장실습 첫날부터 바로 업무에 투입됐어요. 사전 교육은 없었어요.”

서울의 한 특성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모(19)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그러나 실습생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교육없이 바로 일을 하려다보니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말 산업체 현장실습 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 사건을 계기로 실습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문제가 대두됐지만 여전히 인권과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현장실습 일자리가 실제로는 대부분 ‘값싼 알바’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이었다. 교육부는 근로 중심이 아닌 학습 중심으로 실습을 하고, 기간을 최장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는 등의 방침을 밝혔지만 현장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실습에 투입된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은 교육생이 아닌 ‘저임금 노동자’에 불과했다. 일반 노동자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낮았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의료관련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19)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실습할 때와 지금과는 특별히 다른 게 없다”며 “너무 큰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가 발표한 ‘2018년 전국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 중심으로 현장실습이 진행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103명 중 21.3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약 20%의 응답자는 ‘노동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평균 실습기간은 주 4일, 실습 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이었는데 이 기간 동안 1개월 기준 평균 50만원 이하의 실습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 ‘0원’이 18명, 20만원이 12명, 30만원~40만원이 4명, 40만원~50만원이 4명, 100만원 이상이 7명이었다. 최저임금을 받았다는 응답자도 5명이었다.

실습생 인권 침해도 많았다. 박모 씨는 현장 선배로부터 “내가 널 가르치려고 출근하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박 씨는 “‘나 진짜 욕할 수도 있어. 내가 너 가르치려고 회사에서 돈 받는 거 아니잖아?’라는 선배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박씨는 고충을 토로할 곳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실습이 힘들다고 하면 더 괴롭힘이 심해질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고등학생이 학생신분으로 첫 업무를 하는 것인 만큼 실습 환경이 제대로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시영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활동가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실제로 배울 수 있는 학습과 노동이 가미된 실습을 해야한다”면서 “노동에 훨씬 못 미치는 수당을 받는 경우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도기업과 참여기업을 나누는 등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좀 더 나은 학습 중심의 실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학교, 기업이 다 같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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