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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시작과 끝이 함께 창대하려면..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20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시작은 창대했다. 증강현실 게임과 드라마 서사의 접목은 신선했다.

새로운 판타지 드라마가 나온 것 같았다. 송재정 작가는 발상의 파격성과 참신성에 대해서 충분히 칭찬받을 만했다. 스페인의 그라다나 광장에서 이뤄진 증강현실 게임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나올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드라마계에서는 새로운 드라마가 나왔다면서 반겼다.

하지만 중후반부에 접어들면서 20일 종영까지 그 반응과 평가는 많이 바뀌어져 있었다. 이야기가 쭉쭉 뻗어나가지 못하고, 회상신이 많아지는 등 전개속도가 느려지면서 한 장소에서 뱅글뱅글 맴도는 와류(渦流)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특히 15~16회는 각각 30분만 방송해도 충분할만한 내용이었다.

단순히 서사만 부족한 게 아니라, 인물들간의 관계 진전이 잘 안됐다. 무엇보다 남자주인공 유진우(현빈)와 관계를 맺었던 수많은 인물들과의 유기적인 연관고리가 하나둘 떨어져나와 답답할 정도였다. 

고구마를 먹은 듯이 답답한 전개를 보인다는 ‘발암브라 궁전’, 토레타를 게임속 생명수로 만드는 등 과도한 PPL만 돋보인다는 ‘서브웨이와 토레타의 추억’ 등의 비아냥이 나온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네티즌들이 게시판 등에 올린 반응도 “우롱 당한 기분” 등 사뭇 부정적이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 참신한 발상 하나로 200억짜리 드라마를 써나갔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발상이라면 작가가 완결된 세계관을 가지고 서사를 진행시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잘 되면 다행이고 안되도 몰라’라는 식으로 썼다는 게 어느 정도 드러났다. 이는 그동안 열심히 시청해온 시청자에게 엄청난 실망과 피해를 안겨준다. 뿐만 아니라 무책임하며 예의가 없는 행위다.

이런 기사를 쓰는 이유도 발상만 참신하다고 해서 전체 설계 없이 대작 프로젝트를 또 다시 쓰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웹툰속 남자가 컴퓨터 화면밖으로 튀어나와 실제 여성과 만나는 ‘W’도 용두사미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그런 함량미달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았어야 했다.

최근 종영한 MBC ‘붉은 달 푸른 해’와 2회가 남은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은 미리 전체를 설계하고 집필한 드라마다. 인물 묘사나 상황 설정, 심리 전개가 잘돼있다. 그러니 후반으로 갈수록 폭발력이 나타나고, 긴장감이 끊어지지 않는다.

반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갈수록 느슨해졌다. 게임개발자인 돌아온 세주(찬열)가 1년간의 공백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인던’이라는 곳에 피해있었다고 말하는 대목이나, 게임의 버그를 제거하고 사라진 진우(현빈)가 게임속에서 부활한다는 결말은 허무하기조차 했다.

현빈과 박신혜의 좋은 연기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드라마가 용두사미가 된 데에는 작가의 책임이 크다. 다음 작품을 구상할 때는 설계도를 완전히 만들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도 실패할 수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정도의 준비만 가지고 다시 쓴다면 쉽지 않을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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