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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기 수준 거래절벽…집값 한동안 하락 조정 불가피”
부동산전문가 7인에 물었다
주택시장지표 속속 급락 추세
“필요시 추가 대책” 정부도 강경
전문가들 시기 등 각론엔 의견차
“오를 이유없다” vs “유동자금 많다”



주택 시장의 각종 지표들이 2010년대 초반 금융위기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당시와 같은 집값 장기 하락을 다시 경험하게 될 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일 “여전히 집값이 너무 높다”며 상황에 따라 추가 대책까지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정도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현재의 하락세가 얼마나 깊고 길게 갈지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서울 집값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2010~2013년 장기간 하락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 전체 주택 가격은 5% 하락했고, 아파트값은 8.8% 떨어졌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유일한 하락 사례인 이때의 경험은 ‘서울 불패’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로 종종 언급된다.

얼마 전부터 주택 시장 지표들은 하나둘 금융위기 당시를 연상케 하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우선 극심한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거래건수는 2303건, 이달(21일 현재)은 1086건이다. 이같은 거래가뭄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매수를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지를 보여주는 KB국민은행의 ‘매수우위지수’ 역시 수도권 기준 33.6(14일 조사)으로 2013년 이후 최저치다. 국토연구원이 조사하는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 역시 서울ㆍ수도권 모두 2013년 이후 가장 낮다. 이에따라 서울 아파트값도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0주 연속 하락(부동산114 기준)하는 일이 연출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하면서도 그 ‘한동안’이 얼마를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못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변화가 없어 시장이 불안할 경우 어떤 추가 규제가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주어진 조건만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9ㆍ13 대출 규제 이후에 정부 입장이 다소 느슨해질 줄 알았는데, 공시지가 인상을 통한 보유세 압박, 임대사업자 규제 등을 지속해 다주택자의 퇴로를 완전히 막아버렸다”며 “올해는 투자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한 해가 될 것”이라 말했다.

다만 규제라는 변수를 제외한 기본 시장 여건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렸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규제가 없었더라도 시장이 안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한다. 변창흠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장은 “공급이 부족하지도 않았고, 새 정부 집권 초반이었고, 글로벌 경제상황이 좋지 않는 등 집값이 전혀 오를 기초 여건이 아니었는데도 시장의 잘못된 믿음 때문에 집값이 많이 올랐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기본 여건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폭등, 폭락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역시 “금리인상, 거시경제 상황, 수요ㆍ공급 등 여러 측면에서 가격 상승 요인이 남아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 규제 완화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하락세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무너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고 분석했다.

경기순환주기 상 조정기가 찾아올 시점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서울 집값이 5년간 상승했기 때문에 올랐던 가격이 빠지는 것이 정상적 패턴”이라 말했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발표한 ‘2018년 부동산시장 동향 및 2019년 전망’에서도 서울 주택 시장은 2017년9월부터 2018년11월까지 15개월 간 호황기가 진행됐고, 이후로는 후퇴 혹은 침체기로 전환될 지 기로에 서 있다.

반면 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특히 돈이 될만한 곳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시중유동자금은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경제 불안과 공급 과잉 때문에 집값이 떨어졌던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지금의 안정세는 정부가 대출 규제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눌러 놓은 것”이라며 “현재 유동자금이 1100조원이고 올해도 22조원 이상이 풀리기 때문에 규제가 완화하면 가격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 하락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서울 수도권의 가격 변동성이 큰 상품 위주로 빠졌던 것으로 추후 다시 회복됐다”며 “지금 조정은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대출규제 등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당시처럼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은 급등했다가 바로 폭락하는 구조 아니기 때문에 서울 상황은 불투명하다”며 “올해 박스권 안에서 약간 거래가 위축되는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 전망했다. 

김성훈ㆍ양영경 기자/p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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