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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집값 전망에 대해 묻는 독자에게
알았어요. 두루뭉술 하지 않을께요. 기자라고 객관적이거나 균형감있는 척 안할께요. 대신 제 개인적 의견일 뿐이란 건 기억해주세요. 맞아요. 저는 서울 집값이 반등할 거라고 생각해요. 최소한 서울 강남권이나 인기지역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제가 취재한 분위기가 그래요. 그래서 ‘기레기’ 아니냐고요? 업자들만 만난 거 아니냐고요? 요즘 부동산 기자들 얼마나 조심하는데요. 최대한 다양하게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대학교수들이나 현장의 중개업자도 만나고요.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PB(프라이빗 뱅커)들 이야기도 들어요. PB들 아시죠? 고객들의 자산을 불려주거나, 혹은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시장을 판단해야 하는 직업군이잖아요.

PB들 만나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요즘 왜 이렇게 돈 많은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는 거에요. 얼마 전 KB국민은행에서 보고서도 냈죠. 우리나라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가 27만8000명이라고요. 아시다시피, 부자들 부동산 자산이 금융자산보다 훨씬 많죠. 금융자산의 10배이상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이 수두룩하죠. 이런 사람들이 찾아와서 한강변 아파트 하나 구해달라고 한답니다. 특정 아파트는 금액 상관없이 잡아 달라고 했다는 사례도 들었어요. 최근 국민은행하고 우리은행이 PB 등을 상대로 조사한 자료 보셨나요? 서울 집값은 오른다는 전망이 많았죠.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좀 의외지만 경기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구요.

서울 강남권이나 마포, 용산 등 인기지역 중개업자들 이야기도 비슷해요. 매수자 여전히 많다고 합니다. 잠실 쪽에선 매수 대기자가 1000명도 넘는다는 중개업자도 봤죠. 다만 하락 추세이니 ‘잠시대기’ 상황이라고 합니다. 급매물로 잡겠다는 거죠. 중개업자들 말을 어떻게 믿냐고요? 시세 띄우려고 집주인하고 중개업자 ‘자전거래’하는 것도 봤다고요?

중개업자들은 사기나 무슨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면 무조건 거래를 성사시켜야 돈을 버는 직업이에요. 싸든 비싸든 상관없어요. 거래가 성사돼야 수수료를 받으니까요. 집값 상승기에 집주인들은 내놨던 매물도 거둬들이고 더 오르길 기다려요. 중개업자는 호가 다 받아줄테니 빨리 거래하자고 꼬셔야 하는 상황이에요. 반대로 시장이 안좋을 때는 어떻게 할까요? 사려는 사람 별로 없어요. 이땐 집주인에게 내리자고 합니다. 그래야 거래가 성사된다고 자꾸 전화해서 분위기 잡아요. 그렇다면 지금 시장에서 중개업자가 굳이 호가를 높게 유지하자고 주장할 이유가 있을까요?

집주인들이 지금 집값을 안내리고 버티는 이유가 있어요. 반등할 걸 기대하고 있는 거에요. 당장 강남권이나 수도권 인기 단지 청약에 몰리는 인파를 보세요. 거래절벽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현금보유만 10억원 있어야 살 수 있는 아파트에 3만명 가까이 몰리잖아요.

경매시장은 어떤가요? 서울 아파트는 여전히 물건이 별로 없어요. 매매시장에서 잘 나가니 굳이 채권자들이 경매로 넘기지 않고 있어요. 낙찰가율은 여전히 100%에 가까워요.

아, 저도 인정해요. 사실 지금 상황이 ‘비정상’에 가깝다는 데 동의해요. 가계소득에 비해 집값이 너무 비싸고, 가계부채 문제 심각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일 수 있다는 판단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다고 폭락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집값에 거품이 끼었다는 이야긴 1980년대부터 있었어요.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지도 벌써 10여년이 지났네요. 그때 논리도 지금하고 다르지 않아요. 집이 소득에 비해 비싸고, 경기상황, 고령화, 인구감소 등 때문에 집값이 계속 오르긴 어렵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 상황은 어떤가요? 설마 투기세력이 여기까지 끌고 왔다고 생각하나요? 그런건 일시적인 변수가 될 수 있을지언정 시장 흐름을 장기간 끌고 갈 요인이 못되죠. 불가능해요. 부동산 시장은 경기 흐름과 이런 저런 변수에 따라 하락기를 지나 상승기를 거쳐 여기까지 왔죠. 폭락은 없었구요.

전 지금 뭐가 옳은지에 대해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니에요. 집값이 더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나,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현실이 그리 흘러왔다는 상황을 설명 드리는 거에요.
가계부채 뇌관이 곧 터진다고요? 그럴 수도 있어요. 그런데 누가 그러더군요. 가계부채라는 건 고혈압 같은 거라구요. 언제 터질 지 모르지만, 관리만 잘하면 100살까지 갈 수 있다고요.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 누가 웃을까요? 누가 알겠습니까. 지금 안사고 버티신 분들은 어쨌든 보증금을 지키면서 그럭저럭 지내고 계시겠지만, 집을 산 사람들은 정말로 쪽박을 찰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집을 산 사람들이 쪽박을 차면 우리 경제는 어떤 상태가 될까요? 지금 부동산은 주식 시장이나 금융시장과 촘촘히 연결돼 있어요. 대부분 금융 상품들이 부동산 자산이 연간 5% 정도 상승한다는 것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고 해요. 집값이 떨어지는 걸 정부가 가만둘까요? 집값 폭락을 원하는 정부는 없을 겁니다. 집값 폭락이란 것도 그리 쉽게 현실화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이야기입니다. 여튼 판단은 여러분 각자가 하는 것입니다.

박일한 소비자경제섹션 부동산팀장/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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