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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칼자루 쥔 수탁자책임委…‘감시기능’ 제대로 할까
‘경영참여’ 강도 세부기준 없고
일정조율 등 어려워 논의 제한적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와 관련, 공을 넘겨받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늦어도 2주 내 결론을 내야 한다. 일정상이나 구조상으로 미뤄 밀도 있고, 전문성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수탁자책임위 소속 주주권행사 분과 위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르면 다음주 열릴 회의에서 다뤄질 의제는 ‘대한항공ㆍ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 및 범위’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16일 검토를 요청한 내용 그대로다. 사전에 구체적인 안건을 따로 조율하지 않는다. 위원회 구성 후 처음 맞는 정기 주주총회이다보니 ‘경영참여’ 강도에 대한 세부 기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결정 방식은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지만 사용자, 근로자 등 위원들을 추천한 가입자단체가 다르다 보니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다. 결국 다수결을 통한 투표로 결정 내려질 전망이다. A위원은 “표결 안건을 미리 정하고 만나는 것을 싫어하는 위원들도 있어서 회의 당일 표결에 부칠 주주권 행사 방식을 정하고, 표결까지 해야 한다. 또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도 처음 시도하는 일이어서 말이 매번 다르고, 규정이나 메뉴얼과 배치되는 면도 있어 위원들 사이 많은 혼선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정조율도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위원들에게 회의 날짜가 통보되지 않았고, 스케줄을 따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주다. 비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기 때문에 회의 날짜, 시간을 정하기 데 위원 9명의 스케줄을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난해 10월 초 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회의는 3차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B위원은 “구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서로 시간 조율이 어렵다보니 자주 모이지 못했다. 매 회의는 3시간 정도 진행됐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의 당일 논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양호 회장의 이사 재선임에 대한 찬반 의사에 그치지 않고 사외이사 또는 감사 후보 추천, 주주대표소송 등 적극적인 경영 참여 수단까지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 이같은 문제는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3월 둘째, 셋째주 몰려 있는 주총일 6주 전에 주주제안을 해야 한다. ‘1월 초 기금운용위 요청 - 1월 말 수탁자책임위 검토- 2월 초 기금운용위 결정’ 패턴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 사회책임투자 전문가그룹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적절한 인물을 사외이사에 앉히는 게 중요하다. 여유있게 시간을 두고 논의했어야 했다. 기금운용위가 열리기 전에 수탁자책임위로부터 의견을 취합했다고 생각했다. 이제서야 의견을 구하는 등 책임을 핑퐁질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독립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지난 7월 수탁자책임위 설치 계획을 밝히며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기존의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금운용위원장인 복지부 장관의 일성이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박능후 장관은 지난 16일 한진칼을 언급하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수탁자책임위가 의견을 내기도 전에 미리 결론을 내린 듯한 발언이었다.

전 기금운용위 위원이었던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장관 발언 때문에 수탁자책임위가 조 회장의 재선임 반대 의견만 낼 수 있겠나. 다른 주주권 행사 방안을 내라는 지시다. 일종의 정치가 됐다. 한진칼의 기업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기업 평판에 악영향을 얼마나 미쳤는지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아직 조 회장 일가에 대한 형사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고, 회사 실적과 주가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k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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