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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신공] 물이 불을 이긴다
‘경력 7년 차의 과장입니다. 제 밑에 같은 대학 후배라서 저와 아주 친한 대리 한 명이 있는데 이 친구가 실력이 있고 일도 잘 하는데요, 요즘 들어 부쩍 버릇없이 구는 데다 일에 실수가 잦아서 곤혹스럽습니다. 야단을 치자니 평소에 가까운 사이라 갑자기 얼굴을 붉히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꾸짖는 문제보다 후배가 요즘 들어 왜 풀어지는가를 먼저 생각해보라. 이유는 단 하나, ‘이제 나도 웬만큼 일을 안다’라는 자만심 때문이다. 그렇다면 힘들어도 반드시 야단쳐야 한다. 왜? 사람은 ‘내가 잘 났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정체 또는 퇴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분이 후배를 야단치기 힘든 이유는 평소에 우호적으로 잘 지내다가 갑자기 험악하게 대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래 봤자 후배가 ‘형, 갑자기 왜 그래?’하며 엉겨 붙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부드럽고 강하게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후배를 불러놓고 안타까움이 절절히 묻어나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뭐라고 할 듯 말 듯 일, 이십 초 정도 침묵으로 응시하라. 후배가 알아서 눈을 내리깔 것이다. 이때 한숨을 크게 쉬면서 말하라. ‘요즘 왜 그래? 당신 이거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어? 난 자네를 큰 그릇으로 봤는데 말이야.’ 그러고는 사레를 치면서 ‘그만 가보세요.’라고 하라. 이 말을 듣고 그냥 자리로 갈 사람은 없다. 열이면 열, 붙박이로 선 채 ‘죄송합니다’가 튀어나온다. 그때 하고 싶었던 말을 짧게 하라. 그러면 얼굴 붉히며 큰소리로 야단쳤을 때보다 열 배는 더 알아서 반성한다. 이 장면에서 잊지 말 것은 ‘당신’이라는 표현, ‘가보세요’라는 존댓말, 짧은 피드백이다. ‘너, 나’ 하던 사람이 갑자기 ‘당신’이라고 하면 가슴이 쿵 하며, ‘야, 야’ 하던 사람이 갑자기 존댓말을 하면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게 되고, 짧게 피드백하면 스스로 오만가지 생각과 후회가 일어나게 된다.

친한 후배 부하를 갑자기 야단치기 어려워서 힘든 과장님이여!! 존경받는 상사나 선배가 되는 일은 인격적으로 잘 대해주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그러면 아랫사람은 마냥 편안하게만 여긴다. 존경심은 ‘편하면서도 어딘지 대하기 어려운 윗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고로 잘못이 있을 때는 그 부하를 위해서 힘들어도 반드시 야단쳐야 하며 화를 내야만 꾸짖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용전(작가 겸 커리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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