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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케어 사태 이후 동물보호센터 후원 뚝…“우리는 무슨 죄인가요?”
- 동물권행동 ‘카라’ 가보니…2019년 예산 회의 치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동물권 위해 노력해왔는데” 억울함 토로
-“근본적으로 버려지는 동물 수 자체를 줄이는 방법 고민해야”


서울 마포구 동물권행동 ‘카라’ 1층 입양카페에서 만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유기견들. [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 정세희ㆍ성기윤 기자] 지난 16일 오후 2시께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운영하는 유기견 입양카페 ‘아름품’을 찾았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수십 마리의 유기견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달려나와 “왈왈” 짖었다. 정신 없이 짖던 유기견들은 활동가의 손길에 금세 잠잠해졌다. 한 활동가는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한 유기견을 가리키며 “이 애교쟁이는 어미가 마을 사람들이 놓은 덫에 의해 다리를 다친 와중에 힘들게 키운 아이”라면서 “어미는 위층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했다. 모든 개의 이름, 사연, 성격 등을 읊는 그의 눈에서 애정이 묻어났다.

이날 카라는 2019년 예산 회의를 열었다. 전체 팀장, 팀원 등 25여명이 지하 1층 사무실에 모여 올해 주요활동과 예산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활동가들의 표정은 그러나 어두웠다. 연초 발생한 ‘케어 안락사 사건’ 여파였다.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회의록을 꺼내며 “이처럼 활동 하나하나에 여러번 회의를 거치고 회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면서 “어려운 형편에 좋은 일하겠다고 노력하고 있는 단체도 많은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카라 활동가들이 올해 예산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동물보호단체 싸잡아 비난… ‘억울’ = 2002년 설립된 카라는 유기동물 구조, 치료, 입양은 물론 동물보호 교육과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는 비영리 시민단체다. 활동비는 약 1만명이 회원들이 보내줬다. 그러나 최근 충격을 던진 ‘케어 안락사 사태’ 이후 카라는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혹은 같은 동물보호단체라는 이유로 함께 손가락질 받고 있다. 회원수도 며칠 사이 50여명이 줄었다. 다른 단체도 마찬가지다. 동물자유연대 역시 최근 이틀 새 50여 명의 회원이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라 측은 이번 케어 사태에 대해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행법상 안락사는 동물의 치료가 불가능하고 아주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동물의 주인의 동의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 유화욱 동물병원 원장은 “유기동물의 경우 주인이 없기 때문에 단체에서 이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단체에서 안락사를 해야 할 때는 더더욱 진지하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라 역시 안락사를 여러번 고민 했었다. 뇌종양을 심하게 앓고 있는 유기견, 양 쪽 눈이 안 보이면서 다른 질병도 앓고 있는 장애견도 있었다. 그때마다 활동가 팀장, 이사, 대표 등이 모여 수차례 회의를 했다. 결과적으로 카라에서 안락사를 시킨 경우는 현재까지는 한차례도 없었다. 

서울 마포구 동물권행동 ‘카라’ 5층 고양이 연구소에서 유기묘들. [성기윤 기자/skysung@heraldcorp.com]

▶ 연간 10만마리…“유기동물 수 자체를 줄여야”= 전진경 상임이사는 이번 케어 사태의 문제는 안락사 자체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 이사는 “안락사를 했다는 게 문제라기 보다, 회원들에게 ‘안락사를 하지 않겠다’고 홍보해놓고 불법적으로 안락사를 했다는 게 더욱 문제”라면서 “이는 회원들에 대한 ‘기망’”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외국에선 안락사를 하는 동물단체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를 하고, 여기에 동의를 하는 사람들이 후원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구조 지상주의’가 만든 비극이라고 진단했다. 버려진 동물들을 구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버려지는 동물 수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전 이사는 “현재 버려지는 유기동물이 1년에 10만마리다. 구조도 중요하지만 구조에만 집중하면 결국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면서 “결국은 동물권 향상 캠페인, 반려동물 입양 교육 등 인식개선을 하고 정부에선 관련 법을 정비해서 버려지는 동물 자체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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