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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부동산 ‘2006 vs 2019’
‘세금폭탄 약발...집값 더 떨어진다’, ‘집값 하락세 확산…내년이 더 어렵다.', '향후 1~2년간 하락세 지속’, ‘부동산발 금융부실 현실화 우려’……. 요즘 상황이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8월31일 종부세(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8.3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그해 9월 21일 전후 언론에 보도된 각기 다른 언론사의 기사 제목이다. 모두 한결같은 목소리로 8.31대책이 효과를 발휘해 앞으로 당분간 주택시장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시 한국은행에서도 집값 하락을 예측하는 자료를 냈을 정도다.

세금 규제 강화책으로 8.31대책은 지금까지도 역대급으로 평가받는다. 종부세 과세대상을 9억원(국세청 시가기준) 이상에서 6억원 이상으로 확대해 우리나라 가구의 1.6%(26만 가구)를 새로 종부세 대상에 포함시켰다. 사람 수로 따지면 약 100만명에게 추가 세금 부담을 안겼다. 나중에 위헌결정이 나긴 했지만 사람별 과세에서 가구별 통합 과세로 세금 부과 체계를 바꾼 것도 당시엔 충격이 컸다. 기준시가로 10억원짜리 집을 가졌다고 해도 부부가 공동명의로 5억원, 5억원 나눠 놓으면 세금을 물지 않았으나, 더이상 불가능하게 됐다. 집가진 사람들의 부담은 엄청났다. ‘종부세 폭탄’, ‘세금폭격’이란 말이 연일 언론에 쏟아졌다. 집값이 더이상 오르긴 어렵다는 전망이 연일 지면을 장식했다.

집값은 정말 폭락했을까. 모두 알다시피 정반대였다. 다음해인 2006년에만 전국 아파트 평균가격이 14% 뛰었다. 서울 아파트값만 따지면 한해 24% 폭등했다. 당시 참여정부는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이후에도 계속 규제책을 내놨다. 소용없었다. 집값 고공행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직전까지 계속 이어졌다.

2017년 8월2일 정부는 또 다시 역대급으로 평가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세금, 대출, 재건축 재개발, 청약 등 19개의 규제를 망라하는 ‘8.2 부동산 대책’이다. 워낙 강력하고 범위가 넓어 ‘부동산 규제 종합 세트’라고 불렸다. 무엇보다 강력한 대출규제로 집사는 사람들의 손발을 묶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상 서울 등 인기지역에서는 빚내서 추가로 집을 사는 게 어려워졌다. 

정부는 집값이 더이상 오르기 어려우니 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실제 규제책이 발표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폭이 크게 꺾이며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값 뒷걸음…1년6개월만에 처음’, ‘사겠단 사람 없어’, ‘집값 당분간 안정’, '매수자, 매도자 눈치 싸움', ‘매매거래 절벽 오나’ 등의 침체된 상황을 알리는 기사가 이어졌다. 그 이후 상황은 역시 정반대로 흘러갔다. 2018년 서울 아파트값은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폭등했다. 평균 14%나 뛰면서 2006년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요즘 다시 비관적 전망이 대세다. 지난해 9월13일 정부가 내놓은 ‘9.13 부동산대책’ 이후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다. 특히 올해 들어 공시가격 상승이 현실화되자, 더이상 집값이 오르긴 어렵다는 비관섞인 분석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 어떻게 봐야 할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집값 상승기에 정부 규제가 나오면 단기 조정 후 다시 뛰는 패턴은 늘 반복됐다. 반대로 집값 하락기 정부가 아무리 부양책을 써봤자 일시적으로 매수세가 살아나는 것 같지만 곧 다시 고꾸라졌다. 

지금은 집값 상승기일까 하락기일까. 어떤 전문가는 아직 상승기 중후반을 거치는 중으로 잠시 조정기를 거치다가 곧 반등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제부터 하락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판단한다. 누구 말이 맞을까. 좀 막연하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지난해 8~9월 모든 주택 시장 조사에서 역대급으로 많았던 주택수요는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잠시 눈치를 보며 숨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완전히 없어진 것일까. 

최악의 '거래절벽'이라고 하는 상황에서도 지난 10일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 미계약분 8가구와 지난달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 잔여물량 26가구에 몰린 청약자는 3만명에 육박했다. 중도금 대출이 안돼 현금보유만 10억원 이상 있어야 청약할 수 있는 아파트다. 강남에 주택을 원하는 현금부자가 이렇게 많았던가. 집값을 결정하는 요소는 정부 규제 말고도 무수히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집값 전망을 한쪽으로 판단하는 건 아직 이르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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