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단독] 핸드볼 국가대표도 돈뺏고 후배 폭행… 협회는 “몰랐다”
-선수단 측, 폭로한 후배들에 “방식ㆍ시점 부적절” 지적
-후배선수들 “감독이 동문…건의 함부로 못해” 진술

핸드볼 관련 자료사진. [사진=123RF]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들이 후배들을 상습폭행하고 금품갈취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후배들은 강요에 못이겨 대출을 받아 선배에게돈을 빌려주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석희ㆍ신유용의 폭로로 체육계 내 폭행과 성범죄 논란이 사회 이슈 한가운데로 밀려들어온 상황에서다. 맞고 때리는 것에 무감각해져버린 체육계와, 수직적 상하관계, 오로지 메달만이 삶의 목표가 돼버린 스포츠계의 부끄러운 민낮이 드러나고 있다. 피해 사실은 후배 선수들의 폭로로 외부화됐지만, 구단은 도리어 “리그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왜이러냐”며 피해 후배들을 비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인천도시공사(이하 공사) 핸드볼 선수단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공사 선수단 소속이던 A 선수와 B 선수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욕설과 머리박기 등 가혹행위를 후배들에게 가했다. 보고서에는 A 선수는 후배 선수의 머리를 2차례 이상 폭행했고, B 선수가 후배들에게 수차례 금전 대여를 요구해 이를 이기지 못한 후배가 대출까지 받아 B 선수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같은 진상조사는 후배 선수들이 지난 10월 선수단 경영지원처를 찾아가 A 선수와 B 선수의 비위사실을 폭로하며 사실로 확인됐다. 감사 주체는 인천도시공사 소속 청렴감사팀이었고 핸드볼 선수단과 감독, 본사 관리직원 운전원 및 조리원, 전임 담당직원 등이 대상이었다.

문제는 관련사실을 확인한 공사 선수단 측의 태도였다. 선수단측은 오히려 후배들의 폭로를 문제 삼았다. 선수단 측은 보고서를 통해 “A 선수와 B 선수로부터 후배들이 지속적으로부터 괴롭힘을 받아왔다고 하더라도, 감독이나 프런트에 적극적으로 고충상담이나 건의를 했어야 한다”면서 “(2018년 핸드볼코리아) 정기리그와 계약갱신 시점을 앞둔 상황에서 그들의 의사를 실현시키는 방식이나 시점은 부적절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사진설명= 선수단측이 내놓은 비공개 보고서 내용. 후배선수들이 선배의 비위를 경영지원처를 통해 언급한 것을 지적하는 내용들]

하지만 후배들은 지난 2017년 3월에도 A 선수와 B 선수의 음주ㆍ폭행 등을 선수단에 건의한 바 있다. 당시에도 후배들은 A 선수와 B 선수가 후배들을 수차례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감독 C 씨는 “A 선수는 힘들게 (팀에) 영입했고 B 선수는 (팀의) 키플레이어”라며 선처를 호소했고, A 선수와 B 선수는 선수단에 공개사과를 했다. B 선수는 2018년 계약시 연봉이 전년대비 700만원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배선수들은 이번 조사에서도 “감독이 A, B 선수와 동문이고 평소 잘 어울리는 사이라 역으로 보복이 두려워 건의사항을 함부로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인천도시공사 측은 “집행부나 감사부서에 관련사실이 전달됐으면 (사전에) 조사하고 조치했을 텐데 1년 넘게 운동선수들이 참아온 상황이라 감독이나 프런트, 아니면 집행부나 감사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C 감독이 고과 평가를 통해(A 선수 선수단 내 공동 6위, B 선수 공동 9위) “동문 후배인 A 선수와 B 선수를 특별히 우대하거나 배려한 점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A 선수는 최근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까지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로 활약하며 동메달을 땄고, B 선수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선수로 활약한 국가대표 출신이다. 현재 선수단 측은 A와 B, 두 선수에게 ‘경고’ 처분을 내리고, 연장계약 없이 2018년 12월 31일 계약 종료를 두 선수에게 통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징계는 도시공사 내에서만 유효하다. 자체 징계를 통해 상황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폭행에 따른 형사처벌이나 보다 정확한 진상조사, 추가적인 사실관계 파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 선수는 대한핸드볼협회 선수단 명단에도 여전히 선수로 올라 있다.

대한핸드볼 협회 측은 “자세한 사항을 팀에서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것이 없다”면서 ‘몰랐다’는 입장이다. 인천도시공사 측도 “내부적인 징계절차를 거쳤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는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고 했다. 헤럴드경제는 사실 확인을 위해 선수단 구성원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관계자들은 말을 아꼈다. 한 선수는 “(폭행 및 징계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서 “정확한 내용은 회사(인천도시공사)를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고만 말했다.

zzz@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