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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송영훈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중정상회담, 지나친 기대도 지나친 우려도 필요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대북제재와 압박이 계속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더니 새해 초부터 중국 방문에 나섰다. 미국의 무역협상단이 베이징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상당히 과감한 결정이다. 형식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초대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대북제재 완화를 비롯한 북미관계의 실질적 진전이 없다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 국가의 정상이 하는 선택에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네 번째 중국 방문에 대해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의 혈맹관계를 과시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고자 한다고 본다. 그리고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완화를 얻어내 중국과 러시아에 대북교류의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대북제재 무력화를 도모하려는 시도라고 바라본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이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할수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감을 사게 되고 북미관계는 경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런데 북중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 결과에 대해 너무 많이 우려할 필요도 너무 많이 기대할 필요도 없다. 북한과 중국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만나야할 당사자들이기에 만남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북한과 중국 정상은 만남을 통해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할 것이기에 남북정상회담, 미중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의도를 한 단계 더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의 정치엘리트들이 주변국가와 공식외교를 자주 가지는 것을 두고 우리의 시각에서만 바라볼 이유는 없다.

북한과 미국 사이 핵전쟁이라도 날 듯한 위기국면으로 시작한 2018년은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번의 북미정상회담, 세 번의 북중정상회담을 거치며 전에 없던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마감됐다. 정상회담에서 여러 논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바뀐 것이 무엇인가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연속된 정상회담은 그동안 고립된 채 지내온 북한에게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메시지를 직접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국제사회는 북한의 목소리를 들을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북중정상회담도 그런 기회 중의 하나이며 2019년에 전개될 정상외교의 시작인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한반도 평화 구축의 이해 당사자는 남북한이지만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도 당사자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다.

2019년 정상외교에서 다자주의를 통한 한반도 평화 구축의 과제를 적극적으로 다뤄나가야 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제시되는 선언과 구상만으로는 주변국가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어떤 국가도 자국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국가의 외교정책에 편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들의 명분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2018년의 정상외교가 그동안 불신과 오해의 장벽을 낮추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데 기여하였다면, 2019년의 정상외교는 그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남북한이 합의한 사안들을 실행으로 옮겨 나가는 장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북중정상회담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을 가져야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정부가 선언한 내용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가이다.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 인도적 지원 사업들이 논의되었지만 잘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원인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면서도 소극적인 접근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라는 조건은 선언과 구상을 제시할 때 이미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남북한이 합의한 내용이라면 정부가 지금보다 더 과감하게 대북정책을 추진할 필요는 없을까. 면밀한 상황진단에 의해 만들어진 정책들이라면 현재 조건 속에서도 추진할 수 있는 전략도 마련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지나치게 낭만적인 생각이 아니길 바란다.

송영훈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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