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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박 기술수출 ‘연타석 홈런’ 친 유한양행…성공 비결은?
-유한양행, 길리어드사와 9000억원대 계약 체결
-지난 해 폐암치료제 1조4000억원에 기술수출
-바이오텍 투자ㆍ신약 후보물질 탐색 전략 성과

[설명=유한양행이 지난 해 1조4000억원 규모에 이어 올 해 9000억원대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이 기술수출에서 연타석 홈런을 쳐냈다. 지난 해 말 1조4000억원 규모의 대박 계약을 따낸데 이어 올 해 초 다시 9000억원대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기분 좋은 출발을 시작했다. 특히 유한양행은 그동안 업계 1위임에도 외국 제약사 제품을 도입해 판매하고 그 판매수익을 나눠가지는 구조로 매출을 높여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기술수출에서 성과를 보이며 명실상부한 국내 제약 대표 기업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오랜 파트너 ‘길리어드’와 9000억원대 공동개발 계약 체결=유한양행은 미 제약사 ‘길리어드’와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NASH) 치료 신약후보물질의 라이선스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계약에 따라 길리어드는 2가지 약물표적에 작용하는 합성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전세계 개발 및 사업화 권리를 갖게 된다. 한국의 사업화 권리는 유한양행이 갖는다. 유한양행과 길리어드는 비임상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길리어드는 글로벌 임상 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길리어드사는 전세계에서 사업화를 진행하게 되며 유한양행은 국내에서 사업화를 담당한다.

유한양행은 계약금으로 1500만 달러를 받게 되며 개발 및 매출 마일스톤 기술료 7억7000만 달러와 더불어 매출에 따른 경상기술료를 받게 된다. 최대 계약 규모는 7억8500만 달러(약 9000억원)에 이른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SH)은 간에 지방 축척과 염증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진행성 질환이다. 간손상 또는 섬유화를 유발해 간기능을 손상시킨다. 가교섬유증 또는 간경변으로 정의되는 진행성 섬유증을 갖는 NASH 환자는 말기 간질환, 간암 및 간이식과 같은 심각한 결과로 발전할 수 있으며 높은 사망 위험성을 갖게 된다. 현재 NASH 환자의 치료 방법은 매우 제한적인 실정이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은 “간질환 분야에 전문성을 갖는 길리어드와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NASH 환자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길리어드는 간염, 에이즈 등 바이러스 분야에 강점을 가진 글로벌제약사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문의약품인 만성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는 물론이고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 에이즈치료제 ‘스트리빌드’와 ‘젠보야’ 등을 보유하고 있다. 길리어드 제품의 국내 매출은 1000억원이 넘는다.

이번 계약은 유한양행이 길리어드와 오랜 기간 파트너로 쌓아 온 단단한 신뢰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유한은 지난 2012년 길리어드와 비리어드에 대한 코프로모션(공동 판매) 계약 체결 뒤 2017년 소발디, 하모니, 스트리빌드, 젠보야 등 길리어드의 거의 모든 제품의 파트너로 일해 왔다. 이렇게 오랜 기간 함께 해 온 파트너십을 통해 서로의 신뢰감이 쌓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임상도 들어가기 전인 후보물질 단계에서 1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계약이 성사됐다는 건 길리어드가 유한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6~7년간 함께 하며 유한의 기술력과 영업력 등을 믿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해 1조4000억원 폐암 신약 기술수출=앞서 유한은 지난 해 11월 미 글로벌제약사 얀센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하는데 성공했다. 계약금 5000만 달러와 개발 및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 기술료로 최대 12억500만 달러(1조4000억원) 규모로 단일 항암제 기준 최대 기술수출 건이었다.

얀센은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레이저티닙에 대한 개발, 제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가지며 국내 개발 및 상업화 권리는 유한양행이 유지하게 된다. 유한이 얀센에 기술수출한 레이저티닙은 임상을 통해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얀센은 레이저티닙이 폐암의 1차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보고 라이선스 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다는건 그만큼 신약으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라며 “유한의 기술수출은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퀀텀프로젝트(3조6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바이오 벤처 투자 등 ‘체질 개선’에 성공=이런 유한의 변화가 국내 제약업계에 던지는 메시지의 무게는 상당하다.

유한은 대표적인 국내 토종 제약사로 그 동안 내수시장에 집중해 왔다.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영업력을 바탕으로 외국 제약사의 제품을 도입해 대신 판매하고 그 수익을 나눠갖는 매출 구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외국 제약사와 공동 판매 계약이 종료돼 해당 제품이 다른 제약사로 넘어갈 경우 매출이 줄어들 위험성이 높았다. 또한 자체 생산한 제품이 아닌 외국 제품을 대신 파는 구조에 대한 비판도 있어 왔다.

하지만 유한은 몇 년 전부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제품 판매로 획득한 자금을 적극적인 신약 후보물질 탐색과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최근 제약업계 화두인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유한이 최근 3년간 바이오 벤처에 투자한 금액은 2000억원이 이른다. 이에 2015년 9개였던 파이프라인은 최근 24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유한이 투자한 바이오 벤처는 소렌토(121억원), 이뮨온시아(118억원), 제넥신(200억원), 바이오니아(100억원), 굳티셀(50억원) 등이다.

특히 얀센에 기술수출한 레이저티닙의 경우 바이오 벤처인 ‘오스코텍’의 후보물질을 사들여 개발한 뒤 기술수출한 경우다. 떡잎을 알아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의 일정 부분을 바이오 벤처 투자나 신약개발에 투자하고 이 성과를 또 다시 새로운 기업이나 연구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이루게 된다”며 “유한은 최근의 성공 사례를 통해 국내 제약사들이 앞으로 나아갈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행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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