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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3040 엘리트 공무원 엑소더스는 정부 위기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태 이후 엘리트 공무원 사회의 관직 엑소더스 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안그래도 박봉과 과중한 업무로 고민이 적지않은데 ‘정책집행의 도구’로 내몰리니 전직을 더 심각하게 고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무원의 이직은 고위직에 국한된 일이었다. 국장급 관료가 대기업의 고위 임원으로 옮기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장차관을 겨냥할만한 에이스들이 관직을 떠나 아쉽다는 정도가 이슈였다. 부처의 지방이전 등 원인 해석도 간단했다. 실제로 이들의 엑소더스가 현실화된 것은 세종시 입주가 시작된 2015년이후다.

하지만 요즘들어 달라졌다. 3040의 젊은 엘리트들이 천직으로 여기던 공무원 신분을 버리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해 8월까지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3~4급) 중 민간기업 이직 신청자가 100명을 넘는다. 불과 4년 전만해도 40명 정도에 불과했는데 이처럼 급증하고 있다. 경제 핵심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청자만 20여명에 달한다.

공무원은 가장 안정된 직업이다. 국민연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연금혜택도 무시 못한다. 그럼에도 그 힘든 고시를 패스한 이들이 직업 안정성, 연금 혜택까지 포기하고 ‘모험’을 택하는 할 만한 요인이 있다는 얘기다. 바로 보람과 자부심의 상실이다. 그건 요즘 가장 문제시되는 ‘관료 패싱’과 맞닿아 있다. 국정의 목표와 책임은 정치 리더십에 있지만 디테일과 집행은 관료의 몫이다. 그런데 요즘 공무원 사회에선 “정권 차원에서 정해진 방향에 따라 일만 하는 부속품 같다”는 한탄이 적지않다. ‘영혼없는 관료’로 내몰린다는 얘기다. 그나마 정권이 바뀌면 적폐가 되기 십상이다. 정책에 부응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검찰 조사와 감사를 받는 일이 허다하다.

정통 관료의 역할과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고위직이 될수록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도 까다롭다. 더 늦기 전에 일찌감치 신발을 바꿔신는게 낫다고 판단하는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물론 공직에서 익힌 기획력과 실무능력, 정책의 방향성을 기초로 민간에서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것도 개인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급증과 급감은 이상징후다.

조직 운영의 관건은 인적자원 관리다. 인재는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는다. 고급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은 조직은 물론 국가적인 재앙이다. 젊은 관료들의 공직 이탈을 허투루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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