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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블랙리스트’ 의혹, 속히 진상 규명하고 소모전 끝내야
문재인 정부판(版)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야당에서 제기됐다. 청와대와 정부가 공공기관 및 정부 산하 기관장과 주요 임원의 정치 성향 등을 분석해 문건으로 만들어 관리해 왔다는 것이 그 요지다. 자유한국당은 26일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환경부 문건까지 공개했다. 지난 1월께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에는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여부와 반발 유무 등이 담겼다.

여기에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가세하면서 판은 더 커지는 형국이다. 김 수사관은 이날 “이인걸 특감반장의 지시로 330개 공공기관장 및 감사의 재직유무와 임기 등을 파일로 정리했다”며 이를 토대로 감찰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어수선한 연말 정국이 또 한차례 요동을 치게 됐다.

한국당과 김 수사관의 주장대로라면 현 정부에도 블랙리스트가 있었던 것은 맞다. 김 수사관은 이 리스트에는 출신 당(黨), 보수 또는 진보진영 인사와 친분 관계 등의 평가까지 조사돼 있다고 한다. 게다가 야당 성향의 인사들은 ‘새누리당 출신’,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 ‘전 정권 인사 추천’ 등의 설명까지 붙였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그 이유는 뻔하다. 결국 현 정권 인사들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전 정권 출신 인사들을 찍어내는 블랙리스트였던 셈이다.

물론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는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의혹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대해 ‘대역죄’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가혹하게 처벌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다음 정부는 그런 ‘못된 짓’을 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인 약속까지 했다. 그런데 유사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민정수석실 누구도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사실상 부인했다. 그러면서 더 확인할 게 있으면 다른 루트로 알아보라며 아예 발을 빼겠다는 언급도 했다. 그렇게 넘어갈 사안은 아닌 듯하다. 민간사찰 의혹이 청와대 압수색으로 이어지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것은 청와대의 서투른 초기 대응 탓이 크다. 이번에는 그런 전철을 밟지 말라는 것이다. 이제 곧 정권 3년차로 접어든다. 고꾸라진 경제를 살리고 챙겨야 할 민생도 산더미다. 제기된 의혹을 비켜가려 해선 안된다. 철저히 조사하고 규명하며 정면으로 부딪쳐 털어낼 것은 털어내야 국정 운영의 동력도 마련할 수 있다. 언제까지 소모적인 논란을 벌이며 금쪽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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