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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정작 청산해야할 적폐
결국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였다. 일산화탄소 유출로 고교생 3명이 죽고 7명이 크게 다친 강릉 펜션의 보일러를 무자격자가 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스보일러의 설치와 시공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반드시 보일러시공업 면허를 보유한 업체만 하도록 돼있다. 자칫 잘못하면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푼 비용을 아끼고 ‘설마’ 무슨 일이 있겠느냐며 최소한의 안전 규정조차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건물을 짓는 건축주, 시공을하는 업체, 관리 감독 의무가 있는 당국 모두 안전에 눈감고 귀를 막은 탓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 못해 넘쳐나는 안전불감증에 꽃 같은 학생들이 희생된 것이다.

강릉 참사가 발생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신속한 후속조치를 내놓았다. 전국 2만8000여개에 이르는 농어촌 민박의 가스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보일러 안전 점검을 하겠다는 게 그 요지다. 당연하고 소망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가 되는 대형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나오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전형적인 뒷북 조치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사고 당시에는 긴급 대책 회의를 갖는 등 부산을 떨지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되고 만 게 한두 번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지난해 제천과 밀양에서 큰 불이나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지만 지난달 서울 종로 고시원 등 화재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제천 밀양 화재 당시 화재 안전시설과 전기 가스 설비 등을 점검에 나섰지만 달라진 건 없었던 셈이다. 시설보완 등의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행정력 낭비일 뿐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지난해 12월 인천 영흥도에서 낚싯배가 뒤집어져 15명이 목숨을 잃는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희생자에 대한 묵념까지 올리는 등 비상한 관심속에 대대적인 운항 안전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지금도 성수기 출조시간에는 ‘레이싱’에 가까운 낚싯배 질주가 펼쳐진다고 한다.

경기 고양 열수관 파열사고, 강릉선 KTX 탈선사고,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근로자 사망 등 주요 국가 기간시설에서의 사고도 줄을 잇고 있다. 이 역시 안전 의식 부재가 불러온 인재(人災)가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사건 이후 국가 지도자들은 ‘안전’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했고, 문 대통령 역시 안전에 관한 한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도 안전 적당주의는 우리 사회의 곳곳에 독버섯처럼 숨을 쉬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정작 청산해야 할 적폐 중 적폐는 안전불감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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