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분기 이후 급속 감소세
美 금리인상·노령화 직격탄
성장둔화 ‘상업용’ 수익정체
가격제약 요인 많아 ‘요주의’
올해 국내 증권사의 IB(투자은행) 부문 투자처로 미국 부동산이 각광받았지만, 당장 내년 미국부동산 수익률은 둔화될 것으로 보여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공동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초대형 리조트 ‘더드루라스베이거스’ 투자 검토를 위해 실사에 나섰다. 단일 부동산 투자에 서로 다른 금융기관의 임원들이 공동 실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었다. 다만 올해 3분기까지 활발했던 국내 증권사의 미국 부동산 투자는 다소 뜸해진 모습이다. 지난 8~9월 미래에셋대우는 미국 하와이 포시즌 호텔과 리조트에 총 1100억원을 투자했으며, 대신증권은 뉴욕 맨하탄 빌딩에 12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발표했다. 상반기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미국 건물 매입 및 건설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미국 부동산 투자에 신중해진 것은 미국 금리인상과 인구구조 변화로 내년 수익률을 장담할 수 없다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상반기만 해도 ‘나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부동산에 대한 전망도 더 어두워진 상태다.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은 시장금리 수준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8~19일(현지시간 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내년 금리인상 횟수를 기존 세 차례에서 두 차례로 줄일 지에 대해서만 의견이 갈려있는 상황이다. 구경회 KB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내년 두 번이든 세 번이든 상승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부동산 시장에 부담이다. 특히 미국 부동산 시장은 2011년부터 상승세를 지속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가격수준)이 높다”면서 “올해보다 미국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상돼 상업용 부동산에 중요한 영업수익 증가율이 개선되기 힘들다는 점도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미국 노령인구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하락세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인구가 도움이 되는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을 형성하는 요소는 금리ㆍ고용ㆍ물가ㆍ임금 등으로, 이들은 모두 경제활동 인구가 많을수록 긍정적인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은 한국처럼 초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진입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반면 경제활동이 활발한 만 15~64세 인구 비중은 2007년 67.3%을 고점으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15~64세 인구 비중은 64.2%로 줄어들고 65세 이상 인구는 16.8%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향후 부동산 가격을 제약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 부동산 거품 파열 우려는 주택시장부터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전날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에 따르면 12월 주택시장지수는 56으로, 전월 60보다 급락했다. 이는 2015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자, 시장전망치인 61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상업용 건물 시장과 별개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부동산 추세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향후 성장 둔화의 전조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다만 미국 주택가격 상승률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낮은 점 등을 감안하면 2007~2008년처럼 부동산 시장이 신용위기의 단초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윤호 기자/youkno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