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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서비스본부장] 동반성장 관점에서 본, 연기금과 자산운용산업
‘동반성장’을 수직적 협력관계, 강자와 약자의 관계처럼 단방향 구도로 바라보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자신의 결핍을 보완하기 위한 복합, 융합, 네트워킹 등의 관점에서 동반성장을 접근하는 것이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우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해운업과 조선업의 관계, 자동차산업과 타이어산업과 같이 각자의 역할과 영역이 있음에도 상호간의 협력을 통해 동반성장을 모색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국민연금 등 상위 3대 연기금의 연금시장 집중도가 87%에 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연기금과 자산운용산업과의 동반성장은 여건, 필요성, 파급효과 측면에서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 자산운용산업은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대상으로 240개 자산운용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활용한 경쟁강도 평가기법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로 우리나라 자산운용산업을 살펴보면 HHI가 316.1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하고 있다. 연기금을 비롯한 고객의 입장에서 경쟁에서 승리한 자산운용사를 선택할 수 있는 시장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다음으로 동반성장이 만들어낸 효용을 실제 사례를 통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느 일방의 희생도 아닐뿐더러, 협력 당사자들만이 향유하는 성과도 아니라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은 2000년부터 Emerging Manager Program(EMP) 이라는 것을 시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신생·소형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운용자금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을 300여개의 소형운용사에 투자하는 프로그램이다. EMP는 CalPERS의 지역사회 기부프로그램이 아니다. 냉철한 투자의 관점에서, 자신들에게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제공해줄 수 있는 주력운용사 그룹을 체계적으로 육성·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마이너리그 프로그램이다.

또 다른 사례는 동반성장을 통해 금융허브 전략을 실현한 싱가포르 국부펀드(GIC)이다. 영국의 컨설팅업체가 발표한 세계 금융도시 순위에서 서울은 33위로 평가된 반면에 싱가포르는 세계 4위의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평가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국부펀드의 운용자 자격을 싱가포르법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세금을 내고 고용을 창출하는 자국의 운용사에만 자금을 맡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에 쏠려 있던 가계의 자산구조가 금융자산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특히, 해외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해외펀드 비중이 2011년 이후 220% 증가했다. 국민연금도 해외투자 목표를 2022년까지 40%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가계에 한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필자는 동반성장이 시급하고 긴요한 분야는 해외 그리고 대체투자 분야라고 본다. 1사당 평균 34명의 운용중심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자산운용사가 해당분야 역량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두터운 후보군을 육성하기 위한 CalPERS의 전략, 국가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했던 싱가포르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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