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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큐레이팅, 달라져야한다
필자에게 12월은 몸과 마음이 가장 고단한 달이다.

새해에는 미술전문가와 대중을 모두 만족시키는 특별기획전을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상상을 초월한다. 과연 순수미술작품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훔치는 일이 가능할까?

벌써부터 자신감이 사라진다. 그런데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한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관람객의 숨은 욕구를 읽어내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형 콘텐츠를 개발해 기획전에 담는 큐레이팅 능력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에 관한 해외미술관 성공사례는 여러 건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2012년 영국 바비칸 센터에서 개최되었던 런던 예술과학스튜디오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의 설치작품 `비 내리는 방‘(The Rain Room)을 꼽게 된다.

본 전시는 차별화된 체험콘텐츠가 관람객을 미술관으로 끌어드리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임을 증명한다. ‘비 내리는 방’에 들어간 관람객은 일반적인 전시장이 경이로운 공간으로 바뀌는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천장에서 빗물이 쏟아지는데도 압력유압장치, 소프트웨어, 3D 추적카메라, 센서 등을 이용한 기술 장치로 인해 관람객이 머무는 곳에만 비가 멈추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나타난다. 빗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몸이 젖지 않은 상태로, 비오는 날의 정서와 감성, 공감각을 자극받는 체험형 전시에 관람객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전시장 빗속을 거닐던 이색체험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에 담겨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를 달구며 국제적인 흥행돌풍을 일으켰다.

무려 5~6~시간을 기다리는 인내심을 발휘한 입장객이 있었을 정도였다.

관람객에게 사랑받은 인기체험 전시로 입소문이 나면서 뉴욕현대미술관, LA카운티 미술관, 상하이 유즈미술관 등 해외미술관에서 순회전시 요청이 잇따랐다.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비오는 날을 주제로 내세웠는데도 관람객들이 왜 뜨겁게 호응했을까? 비는 모든 물의 근원으로 생명체의 유용한 자원이 되어주고, 동서양 문화권에서 풍요와 순수, 정화의 상징, 축복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겪게 된다는 이유로 비를 반기지 않는다.

’비 내리는 방‘은 비오는 날의 감성적 분위기는 좋아하지만 정작 비를 맞기는 싫어하는 대중의 이중적 심리를 포착하고 최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문제점을 해결했다.

아날로그적 정서, 신기술, 디지털 요소를 융합해 감성과 편리함을 동시에 충족시킨 ’비 내리는 방‘ 성공사례는 필자에게 숙제를 안겨주었다. 오늘날 관람객은 작품의 예술성, 가치,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전시에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을 원한다, 전시기획자는 관객트렌드 변화상에 주목해 특별한 경험을 소셜미디어로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하는 그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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