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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교수] 쇄신의 시작? 분열의 시작?
권력은 이익의 먹이 사슬에서 최상위에 있는 존재다. 그런 권력을 쟁취하는 수단은 바로 정치다. 물론 정치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한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지만,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선거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국민과 국가를 말하고 또 실제로 이들을 위해 뭔가를 하려고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서 정치인들 전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통해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국민과 국가를 위한 행위를 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권력 게임에 참여하는 이들은 다른 이익 추구의 게임에 참여하는 이들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치열한 성향을 보인다. 한마디로, 권력 게임에 참여하는 이들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번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위가 21명의 의원을 당협위원장 공모에서 배제하기로 한 사안은 간단히 끝날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일단 21명의 정치 성향을 분석해 보면, 복당파 9명, 친박계 12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런데 복당파라고 분류되는 9명 중에는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중진 의원도 있고, 또 본인이 칼을 휘둘렀기에 스스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인물까지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21명의 의원들 중에 친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친박들의 반발은 당연한 ‘절차’처럼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치인들이란 일반적 이익 추구 게임에 참여하는 이들보다 훨씬 집요함과 치열한 성향을 보인다고 할 때, 이런 반발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반발의 정도가 어느 정도 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은 일단 조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고요’는 폭풍전야의 고요일 수 있다. 이런 폭풍전야의 고요가 깨지는 날, 자유한국당은 또 한 번 분열의 소용돌이 속에 빠질 수 있다. 가뜩이나 내년 4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시한 만료 문제가 다시금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판인데, 여기에다 친박들의 반발까지 가세하면, 자유한국당 내의 분열 양상은 노골화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친박 신당의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친박 신당이 TK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지역당’이 되느냐, 아니면 친박 연대나 무소속 친박 연대와 같이 상당한 폭발력을 보여줄 것이냐는 내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어느 정도 확산되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다. 만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지금보다 올라가, 과거 새누리당의 지지율인 30%대 이상을 회복한다면, 친박들도 쉽게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다. 당의 지지율이 현저히 낮을 경우에는, 친박의 입장에선 ‘부담 없이’ 뛰쳐나가 새 살림을 꾸리겠다고 할 수 있지만, 당의 지지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당을 무시하고 뛰쳐나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열린 우리당이 여당이었을 때, 지지율이 현저히 낮아지니까 결국 당이 붕괴 됐던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이유에서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지지율을 올리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인적 쇄신만 가지고는 지지율을 올리기는 힘들 것이다. 지금까지만 보면, 이번 인적쇄신에 감동하고 있는 유권자들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야 하는 당위성이 도출된다. 새로운 가치의 창출은 인적 쇄신의 의미를 잘 포장할 수도 있고, 인적 쇄신 과정에서 파생될지 모르는 분열의 양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가치는 보수적 유권자를 다시 끌어 모으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치 창출 능력이 바로 진정한 정치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력의 발휘와 창출은 구심점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과연 현재의 자유한국당에 그런 리더십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리더십을 찾습니다”라고 외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구심점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2월의 전당대회까지 기다릴 여유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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