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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쁘진 않지만 자연농법으로 키워 건강하죠”
맛·영양엔 부족함 없는 ‘B급 농산물’ 전도사 김수정 셰프
스토리텔링 입힌 한식 알리기에 열중
지자체와 파트너십 맺고 농산물 홍보도

쿠킹 클래스를 준비하고 있는 김수정 셰프. [사진제공=꽃 밥에 피다·김수정 셰프]

지난달 12일, 서울 인사동에 있는 한식당 ‘꽃 밥에 피다’에선 특별한 팝업 레스토랑이 열렸다. 딱 하루, 이른바 ‘B급 농산물’로만 꾸민 상차림을 선보인 것. 생김새가 반듯하진 않지만 건강한 방식으로 키운 싱싱한 온갖 식재료로 만든 요리가 식탁에 올랐다.

이날 팝업 레스토랑 주방에선 김수정ㆍ윤은희 셰프가 요리를 차려냈다. 지난달 말 김수정 셰프를 만나 건강한 식재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2016년 요리 경연 TV프로그램인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4’에 출연하기도 했다. 

종종 팝업 레스토랑을 연다. 지난달 22일에는 ‘팜 투 테이블’을 콘셉트로, 각지의 유기농 식재료를 모아 음식을 차려냈다. [사진제공=꽃 밥에 피다·김수정 셰프]

B급 알리기
= “예쁘진 않지만 자연농법으로 키워 건강한 식재료를 소개하고 가치소비를 이끌어내는 활동을 해요.” 김 셰프는 자신의 일을 한 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못생겼단 이유로 상품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농산물이라도, 맛과 영양엔 부족함이 없음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가장 공들이는 활동은 금산, 무주, 영동군의 농산물을 소개하는 일이다. 김 셰프는 이들 지자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지역 농산물로 음식을 만들어 홍보한다. 특히 방점은 못난이 채소, 과일에 찍었다. 지난 8월엔 ‘3도3군 귀염둥이 농산물 박람회’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소개했다. 참고로 ’귀염둥이 농산물‘은 못생긴 농작물을 뜻하는 다른 말이다.

“금산 특산물은 단연 인삼인데 요리로 활용하는 건 약해요. 시장에 가면 이집 저집 죄다 인삼튀김만 파는 게 현실이니까요. ‘맛은 있는데 식상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죠. 지역 농산물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제 일이에요.”

지난달 12일 B급 농산물 팝업 레스토랑에서 선보였던 목살 스테이크.[사진제공=꽃 밥에 피다·김수정 셰프]

‘밭 마트’
= 김수정 셰프는 자기 식당을 차린 오너 셰프는 아니다. 대신 130㎡(약 40평)짜리 밭을 가지고 있다. 명이나물, 파, 마늘, 배추, 부추, 고구마 등을 친환경 방식으로 키워낸다. 김 셰프에겐 식당 못지않게 든든한 존재다. 여기서 거둔 농산물 일부는 직접 먹고, 쿠킹 클래스에서 활용하기도 한다. 넉넉한 건 이웃들에게 나눠준다.

“밭을 두고 저는 ‘밭 마트’라고 말해요. 필요한 웬만한 것들은 다 키우니까 진짜 마트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게다가 셰프이자 요리 연구가로서 다양한 식재료의 특징이나 가치를 공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지요.”

주방에서 ‘버리지 않기’는 습관이다. 김 셰프는 “껍질이나 씨앗을 두고 사람들은 ‘이건 버리는 거야’라고 생각하는데, 그 기준을 누가 만들었나요. 사람들이 정했고 그게 퍼진 거잖아요. 하지만 다 먹을 수 있어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버리지 않는 팁 2가지를 소개했다.

“더덕은 식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껍질을 까서 활용하곤 하는데 깎은 껍질을 버리지 말고 모읍니다. 다른 채소의 껍질이나 끄트머리와 함께 육수로 끓이면 좋아요. 파프리카나 가지는 안 쓰고 방치하다가 음식물 쓰레기가 되는데 그걸 겉이 검게 타도록 바짝 구워요. 그리고 겉만 벗겨서 믹서에 갈아내면 아주 맛있는 퓨레가 됩니다.”

 
.김 셰프는 2016년 요리 경연 프로그램인 ‘마스터셰프 코리아’에 출연했다. [사진제공=꽃 밥에 피다·김수정 셰프]

한식, 스토리텔링
= 김수정 셰프는 어린 시절 ‘체조 요정’을 꿈꿨다. 초등학교 때 체조에 발을 들이고 고등학교까지 줄곧 운동을 했다. 하지만 뜻밖의 부상을 당했고 결국 운동을 그만둬야 했다. 20살 나이에,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새 길을 모색했다.

그는 “사실 공부에 흥미는 없었어요. 운동만 하다가 공부를 하려니 어땠겠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영어를 가르쳤어요. 나름 열심히 했고 인정도 받았지만 내가 직접 키우고 만들면서 느끼는 성취감은 부족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가 커리어 고민을 하면서 눈에 들어온 게 요리였다. 식재료를 키우고, 음식을 만들며, 남과 교류한다. 김 셰프에겐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각종 조리 자격증을 섭렵하면서 한식 요리에 입문한 배경이다.

지금은 한식진흥원을 비롯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몇몇 쿠킹 클래스를 맡아 진행한다. B급 농산물 알리는 일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저는 단지 음식의 조리법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치질 않고 음식에 얽힌 배경, 문화를 소개하려고 노력해요. 가령 김치가 주제라면 ‘과거 조선의 왕들은 빨간 김치를 잘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곁들이죠. 솔깃 하잖아요. 하나의 스토리로 전달해야 외국인들의 기억 속에 한식이 오래 남거든요.”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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